[연재]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기준, 암호화폐(2)
[연재]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기준, 암호화폐(2)
  • 구태언 변호사(taeeon.koo@teknlaw.com)
  • 승인 2019.08.0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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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는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재편 중
(2)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기준, 암호화폐
(3)암호화폐 투자가 글로벌 스타트업 키운다
(4)미래금융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역사적으로 모든 국가의 화폐는 국가권력에 의해서만 발행돼 왔다. 어느 나라든 한 가지 통화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정화폐의 발행권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중앙은행(Central Bank)이란 한 나라의 모든 금융기관의 최상위에 위치하여 금융제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관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각국의 특별법에 의해 설립되어 정부의 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Board), 유럽중앙은행(ECB, Europe Central Bank), 영국 영란은행(BOE, Bank of England), 한국 한국은행(The Bank Of Korea) 등이 그 예다. 

중앙은행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을 맡는다. 첫째, 발권은행(Issue bank)으로서 은행권의 발행 독점권을 갖고 일국의 통화를 공급하며 그 조절을 책임진다. 둘째, 은행의 은행(Bank of banks)으로서 시중은행의 지급 준비금을 맡고, 시중은행의 대출 및 재할인율 조정정책 등을 통해 시중은행을 통제한다. 셋째, 정부의 은행(Government bank)으로서 국고의 수납과 지출, 보관, 공채발행 등을 통해 재정과 금융의 조화를 도모한다. 이처럼 지금의 통화제도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제 하에 운영되는 중앙집중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중앙은행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민 존재가 등장했으니, 바로 암호화폐다. 

더 빠르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암호화폐  

암호화폐(Crypto Currency)란 암호화 기술(cryptography)을 이용한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디지털 화폐가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전자화폐를 통칭하는 것이라면, 암호화폐는 디지털 화폐의 일종으로 일대일 P2P(Peer-to-Peer) 네트워크 거래의 안전성을 위해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전자화폐를 의미한다. 

기존 법정화폐와 구분되는 암호화폐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각 나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암호화폐는 특별히 정해진 발행기관이 없다. 암호화폐는 암호화 기술의 토대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누구나 독자적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대중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2018년 1월 현재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종류는 2000여개에 이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암호화폐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므로 누구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실물 화폐와 달리 분실 위험이 없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해킹의 가능성도 없다. 

블록체인(Block Chain)은 간단히 말해 해킹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기존 은행은 모든 거래 내용을 단일한 중앙서버에 보관하기 때문에 서버가 해킹되면 모든 정보가 유출된다. 반면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정보를 암호화된 ‘블록(Block)’에 저장하고 여러 블록을 ‘체인(Chain)’으로 연결한 뒤 모든 사용자의 개인 서버에 분산해서 저장한다. 만약 특정 블록을 해킹하려면 그 블록과 연결된 수많은 블록들이 저장된 서버를 동시에 해킹해야 하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컴퓨터 1~10위의 연산력을 모두 더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은행 등 기존의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송금이나 대출 등 금융거래는 은행 같은 금융기관을 통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제3자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 일대일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 법정통화보다 빠르고 간편하며 저렴하다. 일례로 은행을 통해 해외송금을 하면 비싼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종전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더 빨리 국경 너머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기존에는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마련할 때 벤처캐피털이나 은행의 손을 빌려야 했지만, 기업마다 독자적인 암호화폐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하면 훨씬 간단하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기존 법정화폐의 한계로 지적돼온 많은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했다. 기존 화폐보다 빠르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암호화폐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경제 시스템 안에 급속도로 파고들었다. 이는 국가들에게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민간이 발행한 화폐가 대규모로 유통되면 통화제도에 대한 국가의 지배력이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암호화폐처럼 다양한 가치교환 수단이 대중화되면 국가나 중앙은행이 종전처럼 국채를 화폐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더는 어렵게 된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외국 통화로 도피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또한 암호화폐는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일대일로 거래되므로 소득 추적을 통한 세금 부과가 불가능하다. 국가권력을 지탱하던 경제력을 암호화폐에게 한순간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 방송국은 국영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국가에서 민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화폐 시스템 역시 국가가 아닌 민간 자율 분산 시스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자 많은 국가들이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 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는 것이다.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통화 주도권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법정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바꿔서 정부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암호화폐 자체가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가 통제할 수 없으므로 불법이라는 올가미를 씌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성장 막는다 

최근 우리나라는 비트코인 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6년 12월 8일에는 9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이 2017년 12월 8일에는 2400만 원으로 1년 만에 26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 11월과 12월 한 달 사이에 비트코인 가치가 2~3배로 급등했고, 2018년 초에는  28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 초기에 8만 원을 투자했다가 가치 급등으로 280억 원을 번 23세 청년 등 투자 성공 사례가 언론에 알려지며 무려 1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인구가 비트코인 거래에 뛰어들었다. 개장과 폐장 시간이 정해진 주식 시장과 달리 24시간 365일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특성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트코인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퍼센트가 원화로 결제되고, 국제 시세보다 20퍼센트 정도 높게 거래되는 비정상의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비트코인의 국내외 시세차와 환전 수수료를 노린 불법 외환거래(환치기)나 가상화폐 거래계좌와 연동된 입금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비트코인 보이스피싱 등 각종 신종 범죄가 생겨났다. 

그러자 정부는 비트코인 규제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9월 가상통화(암호화폐) 관계기관 합동TF를 개최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업자로 규정하는 내용의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유사수신행위법)’ 개정 방침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ICO)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12월에는 암호화폐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변경해 처벌 의지를 한층 강화했다. 또한 암호화폐의 사행성 투기 과열 방지를 위해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암호화폐 계좌 개설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고,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은행 등 금융권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매입하거나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신종 범죄는 당연히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 수준을 넘어 암호화폐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일례로 금융위가 발표한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는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원금 전액 또는 초과 금액을 100퍼센트 보장한다거나 손실액을 모두 보전해준다며 투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로 간주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업자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원금 지급을 약정하거나 투자를 받는 곳이 아니라, 암호화폐라는 상품을 판매하고 중개하는 곳이다. 애초에 수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2018년 5월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하고 임직원들을 구속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 검찰은 존재하지 않는 암호화폐를 전산상 있는 것처럼 속여 거래하는 이른바 장부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해당 거래소에 사기 및 사(私)전자기록 위작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장부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면 고객 입장에선 피해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거래소가 시세 조정을 위해 장부거래를 한 경우 거래차익을 본 고객도 있고 손실을 본 고객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거나,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 방침을 무리하게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2월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에서 제외돼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가 발생할 경우 적용 가능한 처벌은 사기나 횡령, 배임 정도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신생 업체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회계처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데도 횡령이나 배임이 아님을 입증할 기록이 없는 셈이다. 사기 혐의를 벗기 위해 암호화폐를 모두 처분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이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을 때 무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산업에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등 혁신 산업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투기 논란을 빚은 비트코인은 2000개가 넘는 암호화폐 중 하나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암호화폐 전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빈대 태우려고 초가산간을 태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정부가 인정하든 안 하든 암호화폐는 이미 전 세계 금융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비트코인 거래는 법정화폐 거래의 3.5배에 달한다. 법정화폐 대비 비트코인 거래량은 홍콩 63.5퍼센트, 캐나다 51.9퍼센트, 스위스 40퍼센트 등으로 그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국세청(IRS)은 2014년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 채굴이나 거래, 파냄 등으로 수익을 얻을 경우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은 2015년 암호화폐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면허제를 도입했고, 2017년 12월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은 2017년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또한 2017년 9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식 허가하며 본격적으로 금융 제도권에 포함시켰다. 2017년 12월 현재 일본 내에서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은 1만 개가 넘는다. 
2018년 5월에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암호화폐를 사실상 가상자산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G20 각국은 암호화폐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글로벌 표준화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우리 정부가 지금처럼 암호화폐 규제를 고집한다면 한국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은 ‘갈라파고스(세계 시장 고립)’ 신세가 될 것이다.  

암호화폐 등 디지털 화폐는 인터넷과 같은 속성을 띠고 있다. 암호화폐의 등장은 우리가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한 개인 대 개인의 P2P형 경제시스템, 분산형이자 국경을 넘은 민간 주도형 경제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모든 나라가 앞 다퉈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기존 경제시스템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롭게 개편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강력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암호화폐가 버블이냐 아니냐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암호화폐가 어떻게 진화해나갈 것인지 예측하고, 뒤로 물러서기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역사상 가장 강한 개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미래가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정부의 시대가 되길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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