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 삼성, 정보공개 취소소송 승소
“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 삼성, 정보공개 취소소송 승소
  • 정소연
  • 승인 2019.08.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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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영리법인의 이익 우선”

삼성이 고용노동부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보고서’ 공개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수원지법(이상훈 부장판사)은 22일,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 부분공개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법은 지난 4월 보고서 공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데 이어 본안에서도 다시 한 번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정보는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것으로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사업장에서의 위해로부터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해야 하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공개가 취소된 정보는 작업환경 측정과 관련한 부서와 공정, 단위작업장소 3가지 항목이다. 재판부는 비공개에 대해 “반도체 공정에 관련해 보고서에서 기재된 부서와 공정명, 단위작업장소 정보는 매우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경쟁업체들과의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영리법인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고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판정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향후 영업비밀과 관련한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판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사업주가 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포함한 작업장 내 유해물질 190종에 노동자가 노출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기재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공개해야 하는 보고서로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다.

작업환경보고서에는 노동자의 유해물질 노출정도를 측정한 결과 외에도 실제 작업장에 비치된 장비,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상품명과 사용량 등 핵심기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 림프암 등을 앓게 된 근로자와 유가족이 산업재해 입증에 필요하다며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하자 삼성 측이 이에 맞서 “영업비밀이어서 공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3월 고용부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전자의 기흥, 화성, 평택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결정했다. 그러자 삼성 측은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같은 달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청구하는 한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행정심판위원회는 ‘고용부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당시 행정심판위원회는 “국가핵심기술 혹은 그에 준하는 정보는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결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백혈병 분쟁조정위원회 중재안 수용, 작업환경보고서 일부 공개 등 일련의 결과로 작업장 내 유해물질로 인한 산업재해를 둘러싼 논란이 모두 끝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올림(반도제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는 “행정심판위원회 등에서 언급한 국가핵심기술은 특허로 공개된 데다 더 최신의 기술이 이미 중국에 수출돼 있다”며 “작업환경보고서는 공정기술에 관한 문서가 아니라 사업장의 유해성을 확인하는 문서로 산업재해를 입증하고 인정받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반올림은 지난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과 대전지법에 2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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