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간 망 사용료 공방 … 정부, 사적 계약으로 개입할 여지 없어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간 망 사용료 공방 … 정부, 사적 계약으로 개입할 여지 없어
  • 정소연
  • 승인 2019.09.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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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승소 후 네이버 등 국내 CP, 상호접속고시 개정 요구

통신 3사, 사용료를 내지 않는 글로벌 CP의 무임승차가 문제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뒤 이동통신업계와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이번 재판은 최근 통신사와 CP간에 벌어진 망 이용대가 논쟁과 맞물려 ‘세기의 재판’이라고 평가받았다. 2018년 3월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해외로 변경해 접속 속도를 늦추고 이로 인해 국내 사용자에게 피해를 줬다며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방통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22일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판결 직후 방통위는 대법원까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번 재판은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사용자 이익 침해에 관한 것”이라며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6일,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CP들은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핵심은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아니라 지속적인 망 사용료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 고시”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글로벌 CP와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해 온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 제정, 방통위 패소 등을 계기로 글로벌 CP들과 손잡고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방통위와의 소송으로 확대된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호접속고시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 LG와 SK 가입자도 KT의 캐시서버를 이용해 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고시 개정으로 KT의 캐시서버를 이용하는 통신사가 KT에 사용료를 지불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LG, SK는 각각 자사의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페이스북에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 8월 28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이 속한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도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대형 글로벌 CP들은 망 사용료 증가와 무관하다”며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 CP들이 망 사용료를 회피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KTOA는 “망 사용료가 지속적으로 증가됐다는 CP들의 주장과는 달리 회선 당 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면서 “더군다나 외국 기업은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도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와 CP 간의 망 사용료 갈등이 향후 ICT 산업의 주도권 경쟁에서 비롯된 신경전으로 해석했다. 유투브, 넥플릭스 등 고화질 동영상 중심의 콘텐츠로 인해 트래픽이 증가하는 가운데, 통신사들도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CP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망 사용료 협상에 영향을 미칠 ‘세기의 재판’에서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현재 통신사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CP들은 망 사용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5G 상용화로 투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통신사들은 양 측의 공동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해결하고 망 사용료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통신사와 CP들과의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간의 사적 계약 문제’로 규정하고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8월 30일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해소’를 방통위 주요과제로 언급하면서도 규제 도입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다만 양측 간의 갈등으로 개인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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