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심의절차, 내부경고 묵살하고 DLF 판매
은행·증권사, 심의절차, 내부경고 묵살하고 DLF 판매
  • 김세화
  • 승인 2019.10.0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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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서류상 확인된 불완전판매만 20%

손실률 52%에도 금융사들은 수수료 수익 5% 챙겨

금융감독원이 1일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합동 검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DLF 상품의 설계, 제조, 판매에 관여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10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향후 분쟁조정 등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중간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은행들이 DLF를 ‘안전한 상품“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내부 직원의 반대를 묵살하고 상품 심의기록을 조작하는 등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관련된 금융사 모두 수수료 수익을 우선시해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던 정황도 파악됐다. 

현재 DLF의 손실 예상액은 3513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현재 52%이다. 독일, 영국, 미국 등 해당 국가의 관련금리가 더 내려가면 손실률은 더 높아진다. 반면 금융사들은 손실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면서 5%에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은 판매 수수료 1%, 자산운용사 운용수수료 0.11%를 가져갔고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헤지를 통해 DLS 발행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면서 이 과정에서 각각 0.39%, 3.43%의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금감원은 DLF 설계와 판매에 여러 금융사가 개입됐지만 모든 과정을 은행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 배리어, 손실배수, 수익률 등 세부사항을 은행이 정한 후 증권사에 해당 조건에 맞는 DLS 발행을 요청했고 관련 펀드를 운용할 자산운용사도 은행이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했다. 이후 증권사는 자산운용사에 DLS 세부내용을 통보하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토대로 상품제안서, 펀드계약서 등을 은행에 건넸다. 은행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유사 상품을 설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DLF 상품의 설계와 판매에 관여한 모든 금융사가 당장의 수입에 급급해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외면한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리스크 관리부서가 “독일국채 10년 금리 하락이 예상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에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회사는 내부 점검결과를 무시하고 해당 DLS를 발행했다. 자산운용사는 과거 금리만을 기준으로 수익률 모의실험을 진행해 ‘원금 손실 확률 0%’라며 실험 결과를 은행에 전달했고 은행은 이를 자체 검증 없이 그대로 활용했다. 은행 내부에서 자산운용사의 실험과 달리 해외 국채금리의 하향세 조짐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 했지만 이 또한 무시했다. 

DLF 등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 내규에 따라 고위험상품 출시를 위해서는 사내 상품선정위원회의의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는 1%도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은 380건 중 2건, KEB하나은행은 753건 중 6건만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우리은행의 경우 심의 당시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을 임의로 기재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놓은 위원을 교체한 뒤 ‘찬성’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채권금리 하락으로 DLF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배리어를 -0.20%에서 -0.32%로, 손실배수를 200배에서 300배로 바꾸고 만기를 2개월 줄여 상품을 판매했다. 은행은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에게도 손실 가능성을 통보하지 않았고 환매를 차단하기 위해 7%의 높은 환매수수료를 강조하기도 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 금리 변동성 등 DLF의 위험성은 알리지 않은 채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는 마케팅 자료를 제작해 직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DLF 잔존 계좌 3천954개를 전수 점검한 결과 서류상 하자가 발견돼 불완전판매로 볼 수 있는 의심사례가 약 20%라고 밝혔다. 서류상으로는 요건을 갖췄어도 실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파악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법규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리적 검토를 거친 뒤 제재절차를 통해 엄정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한편 금감원에 접수된 DLF 관련 분쟁조정도 중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할 예정”이라며 “분조위에서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기준을 토대로 나머지 분쟁에 대해서도 합의권고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확인된 소비자보호 취약 요인, 제도적 미비점 등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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