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은의 통화정책 비판 ‘물가정책 실패“
KDI, 한은의 통화정책 비판 ‘물가정책 실패“
  • 김세화
  • 승인 2019.10.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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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 우선해 2013년 이후 저물가 지속”
홍남기 부총리 등 한은에 추가 금리인하 압박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정부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KDI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양대 책무가 상충하고 있어 현재의 저물가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운용체계에서는 구조적인 제약으로 물가안정에 주력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현재의 통화정책이 물가변동에 충분히 대응하면서 수행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13년 이후 계속 물가상승률이 통화정책의 물가안정 목표를 밑돌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물가안정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은 목표치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2013~2015년 물가안정 목표는 2.5~3.5%였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은 1.1%에 불과했다. 실물경기에 큰 충격이 없었던 시기임에도 1.9%의 격차가 발생했다. 2016~2018년에는 물가안정 목표가 2.0%였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은 1.5%를 기록했다. 2019년 또한 목표치에 1.6% 미치지는 못한 0.4%를 나타냈다.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11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물가안정 목표 2.0%에 미치지 못하고 1%내외에 정체됐음에도 금융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며 한은이 물가안정을 우선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적 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안정보다는 물가안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물가안정은 금융안정의 전제조건”이라고 규정하면서 “금융안정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이 아니라 부동산 규제, 외환 건전성 규제 등 정책적인 수단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DI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가 금융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어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상황에서 KDI가 이 같은 주장을 통해 사실상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중 어디에 초점을 부고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한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고민거리이다. 저성장, 저물가 속에서 금리인하와 같은 완화정책을 추진할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통화완화와 통화긴축의 기조 사이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위원들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비기축통화국임을 고려해 금리 하한선인 실효하한이 주요국보다 높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본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효하한 수준은 확실치 않다”면서도 “기축통화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부채의 총량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현재의 저금리, 저성장의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저물가 상황에서 마이너스 혹은 제로 금리가 등장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많다. 금리를 지나치게 인하할 경우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발생하는 유동성의 함정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경제적 위기상황은 모두 금융의 불안정에서 촉발됐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대내외적인 압력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필요하면 열석 발언권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열석발언권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에 정부 인사가 참석해 입장을 전달하는 제도로 2013년 이후 행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앞서 여러 차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를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석 발언권을 이용해서라도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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