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두타면세점의 영업을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산은 4년 만에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두타면세점의 영업정지 예정일은 내년 4월 30일로 두산은 면세점 특허권 사업기간이 1년 정도 남아있음에도 경영 악화로 특허권을 조기 반납했다. 두산은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정확한 영업종료일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 때까지는 정상 영업한다”고 밝혔다.
두산은 “그 동안 수익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단일 점포로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중장기적으로도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돼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전자 소재 등 기존 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을 얻어 면세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인 2016년 5월 두타면세점은 9개 층, 약 1만6824m² 규모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문을 열었다. 연간 외국인 방문객 700만명에 이르는 동대문 상권을 활용해 국내 면세점 최초로 심야시간까지 영업하면서 7000억원 수준의 연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1%에 그치는 등 경영 악화가 이어졌다. 지난 3년간 두타면세점의 누적적자는 6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타면세점은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영업 이익이 악화된 데다 롯데, 신세계, 신라 등 빅3 면세점들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해왔다. 실제 두타면세점이 개장한 2016년 6개에 불과했던 대기업의 면세점 수는 2018년 13개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나 업계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가 늘어난 것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매출의 40%에 달하는 송객수수료로 지불되면서 중소면세점의 이익률도 크게 떨어진 것이다.
최근 들어 면세점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업체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 특허권 반납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지난달 한화그룹이 면세점 특허권을 자진 반납하고 갤러리아면세점의 영업을 종료한 바 있다. 갤러리아면세점 철수 당시에도 두타면세점을 비롯해 동화면세점 등 중소면세점이 추가 철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화면세점은 2016년 영업이익 3547억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적자가 이어져 지난해 105억원의 영업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의 매출액은 2조242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 중 80%는 빅3 면세점이 차지해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면세점의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한 가운데 중국인 보따리상들은 교통입지가 좋고 상품이 다양한 대형 면세점으로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2분기 업계 1, 2위인 롯데와 신라는 각각 700억 원 안팎, 3위 신세계는 1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 SM면세점 등은 적자를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다음 달 서울 3군데를 비롯해 광주, 인천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허가할 방침이다. 대기업 면세점이 신규 출점할 경우 업계간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두산의 제의를 받고 두타면세점 입지를 면세점 사업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특허권의 기업 간 직접 거래는 불가하지만 다른 기업이 특허권을 반납한 면세점 입지를 활용해 신규 면세점 허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