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블록체인 박사 충원을 바라보며
한국은행의 블록체인 박사 충원을 바라보며
  • 김형중 고려대학교 교수(khj-@korea.ac.kr)
  • 승인 2019.12.14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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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공사다망하신 줄 알지만 이런 잡글도 가끔 읽으며 영감을 얻으면 좋겠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신용카드 회사는 고객이 무슨 물건을 샀는지 알 수 없다. 어디서 그 신용카드로 결제했는지만 알 수 있다.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사 중간에 VAN이나 PG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카드 회사가 빅데이터 사업을 벌이려 해도 쓸모 있는 데이터가 별로 없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신용카드 회사도 아닌 아마존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 중개자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은행이 되면 기존 은행이 아마존을 상대하기 어렵다. 금융산업을 보호한다며 아마존에게 라이센스를 주지 않으면 은행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한국은행이 발권한 후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알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돈이 구들장 밑에서 잠자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누구 돈이 검은 돈이 됐다가 어떤 경로를 거쳐 세탁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경제정책을 세울 때 데이터가 빈약해서 탁상공론이 벌어지고 마침내 알맹이 없는 대책이 시행된다.

데이터 없는 빅데이터 산업은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 지난 50년간 한국은 앙꼬가 없어도 앙꼬를 수입해서 맛난 찐빵을 만들어 잘 팔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보다 중국이 더 싼 가격에 찐빵을 잘 만든다. 드디어 한국에서 앙꼬를 만들어야 가성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다. 앙꼬를 만들 줄 알면 생산은 외주를 주고 지적재산권과 상표권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그게 선진국형 모델이다.

여기저기서 데이터 없이 빅데이터 산업을 논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지만 그게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헛돈을 쓰고 있다. 학자들이 쓴 논문으로 IEEE라는 학회가 대형 도서관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자기 논문인데 그 논문을 자시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한다. 이게 과거의 데이터 산업 관행이었다. 이제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PSD2 같은 게 그런 움직임의 결과물이다.

한국은행이 블록체인 전공 박사 인력을 선발하겠다고 공고했다. 그런데 이 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CBDC를 만들려고 이 인력을 뽑는 게 아니라며 먼저 펜스를 치고 나섰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이 CBDC를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테스트를 해줘야 디지털 월 스트리트가 이 땅 위 어딘가에 세워질 것이다.

CBDC는 빅데이터의 산실이다. 지금처럼 돈의 주인이 특정되지는 않지만 그 누군가의 CBDC가 어디서 어디로 흘러 들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통계는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유동성 통계가 잡힌다. 그러니 통화정책 세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코딩 해두면 세금 납부도 자동으로 된다. 돈이 스스로 알아서 더 좋은 종목의 주식에 투자도 한다. CBDC가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그리 갈 방향은 맞다. 그렇다면 빨리 선수를 쳐서 앞선 기술로 한국이 금융선진국으로 호기롭게 나서야 한다.

아날로그 TV 시절에 삼성은 소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디지털 TV 시대로 넘어오면서 그 판도가 바뀌었다. 나 때는 말이야 하던 꼰대들의 시절에는 가전제품 판매점 중앙에 소니가 자리 잡았더랬는데 지금은 삼성이나 LG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지불이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로 돈에 코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대가 왔으니 금융에서도 한국에서 상전벽해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 감독이 베트남의 축구 영웅이 되리라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한국 국민들이 우간다 수준의 금융이라는 오명을 들어가며 자조해야 할까? 세계에서 5G 단말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리플의 75%를 이 땅에서 거래하며 가격 폭등을 주도했고, 벤츠를 몰면서도 자신이 가난하다고 여기는 국민. 이 독특한 나라의 국민들이 디지털 월 스트리트를 세우려고 하는 데 한국은행도 일조해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공사다망하신 줄 알지만 이런 잡글도 가끔 읽으며 영감을 얻으면 좋겠다.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불러 독대하며 박항서 감독처럼 어깨를 다독여 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새로 뽑는 한국은행 박사와 함께 미래금융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행이 CBDC를 연구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 BIS나 IMF가 그 필요성을 역설한 지 오래다. 한국은행은 당당히 CBDC를 통해 한국의 블록체이너들에게 십자성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 박사를 뽑는 한국은행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한국의 금융 빅데이터 산업이 한국은행에부터 시작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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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코리아 2019-12-14 13:29:00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정치에 묶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이 제발 하루빨리 본질을 깨닫고 법의 테두리에 블록체인산업을 불러들여서 세계 일류의 블록체인 산업 선도국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분들의 각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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