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와해’ 공식 사과... ‘무노조 원칙’ 포기 선언?
삼성, ‘노조 와해’ 공식 사과... ‘무노조 원칙’ 포기 선언?
  • 정소연
  • 승인 2019.12.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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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노조 와해 협의로 이사회 의장 등 26명 유죄 선고
공식 입장문 발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사관계 만들겠다”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노사문화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공동명의의 입장문에서 “노사 문제로 인해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과거 노조에 대한 회사의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임직원 존중의 정신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의 1심 공판에서 노동조합법,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13개 혐의로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날 재판부는 기소된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이 중 7명을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에서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노조전략, 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동향 보고, 회의자료, 보도자료 등 부당노동 행위와 관련된 수많은 문건이 발견됐다”며 “이 의장과 강 부사장까지 모두 노조 와해 실행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강 부사장은 앞서 지난 13일 에버랜드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강 부사장을 비롯해 이우석 전 에버랜드 전무 등 임직원 10여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있었지만 관련 임직원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법리적 차원을 떠나 국민 인식과 사회 가치에 부합하는 노사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전향적인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립한 이후 무노조 경영 원칙을 이어왔다. 이후 1960년 제일모직 노조, 1977년 제일제당 미풍 공장 노조가 설립되지만 결성 직후 내‧외부의 압력에 의해 해산됐다.

1980년대 들어 삼성중공업에서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당시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삼성이 어용노조를 먼저 설립하는 방식으로 노조 설립을 무산시켰다.

지난달 16일 한국노총 소속 삼성전자 노조가 공식 출범하면서 현재 삼성전자 내 4개의 복수 노조가 설립돼 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에스원 등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은 이러한 경영 원칙에 대해 “비노조 경영은 직원의 권익과 복리 증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보장해 노조가 필요하지 않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자는 뜻”이라며 “이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기업 경영방식의 하나”라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무노조 원칙하에 삼성이 노조를 탄압한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삼성은 201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됐던 ‘노조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이라는 표현을 ‘근로자 대표를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다’고 바꾼 바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 노조 탄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노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이라며 “이러한 기조는 노조 와해 사건이 불거진 계열사 차원을 넘어 삼성 그룹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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