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칼럼] N번방, 국가가 방조해서는 안 돼
[김형중 칼럼] N번방, 국가가 방조해서는 안 돼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03.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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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동방예의지국' 한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지만 후진적 잔재인 '가학적 관음문화'와 아직 결별하지 못한 것 같다.

150만원 회비를 내고, '박사'의 지시에 따라 서슴없이 범죄를 도운 '섹스셔틀' 회원이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피해여성 몸에 '노예'라고 새기도록 했고, 실제로 '노예'라고 부르며 미성년자에게 온갖 수치스러운 일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과연 문명국가인지 의문이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해서 세상에 알린 한겨레신문 기자의 신상을 털고 협박하도록 회원들을 부추긴 것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막가파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은 조주빈이라 하지만 어쩌면 그는 종범일 수 있다. 회원들이 수괴였고, 우쭐해져서 회원의 일그러진 욕망을 대신 채워준 조주빈은 꼭두각시였을 것이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팀 박사’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공범들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논지로 방송을 마쳤다.

이번에도 꼭두각시만 처벌하고 수괴들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소라넷' '박사방'의 계보를 잇겠다는 불나방들에게 용기를 줄 뿐이다. 모기를 잡으려 하지 말고 물웅덩이를 없애는 게 순서다.

벌써 다른 방을 만들어 회원들을 초대하며 둥지를 트는 까닭은 이번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용두사미가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교육공무원을 색출해서 파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교사에 국한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방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직에 있는 회원들을 다 찾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디지털 성범죄'가 아닌 '성범죄' 그 자체다. '디지털 성범죄'라 규정하면 '포르노를 본 회원'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 있다. 이건 포르노와 확연히 다른 오프라인 성범죄와 연결되어 있다.

운영진은 물론이고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은 행정부에 대한 중요한 시그널이다. 

때만 되면 양형기준을 조정하겠다며 만지작거리다 말고, 그나마 그 기준도 지키지 않는 사법부도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입법부도 솜방망이 처벌 대신 엄벌 규정을 만들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피해자를 다시 만들지 않게 해야 한다. 남성 우월주의 사상의 영향인지 가해자의 인권만 보호했던 법은 마땅히 강력하게 개정되어야 한다. 

텔레그램과 암호화폐의 음습함에 기대 비뚤어진 행태를 보인 모든 이들의 민낯을 보여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국가다운 국가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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