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잘 되는 사회로 개혁하려면---"
"스타트업이 잘 되는 사회로 개혁하려면---"
  • 구태언 변호사(taeeon.koo@teknlaw.com)
  • 승인 2020.03.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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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 변호사 / 법무법인 린 태크앤로
 
구태언 변호사 / 법무법인 린 태크앤로

 

미국 정부는 신기술 등장에 따른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 ‘Do no harm’ 원칙을 따른다. 신기술 성장에 해가 되는 규제는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 서비스 설계 원칙’ 10가지 중 하나로 ‘정부는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Government should only do what only government can do.)’는 ‘Do less’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년 수천 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고, 영국 런던도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스타트업 규제 철폐’로 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반대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출범식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왜 우리는 스타트업이 잘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요. 소위 ‘사’자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예요. 대기업이나 가진 사람들만 대물림해서 승자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스타트업을 하면 국내 최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방해가 너무 많아요. 전통산업은 스타트업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찍어 누르고, 정부도 법률을 무기로 올라오는 새싹을 계속 짓밟고 있어요. 글로벌과는 정반대로 갈수록 스타트업이 잘 되기 어려운 사회로 가고 있는 거죠.”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정부는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이 등장하면 ‘무조건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감독관청은 일단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불법성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고, 규정이 애매하면 불법이라는 가정 하에 모든 논의를 시작한다. 국회는 전통산업과 짝을 이뤄서 스타트업에 불리하게 법을 바꿔버리고,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범죄’ 낙인을 찍어버린다. 우리만 ‘스타트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뒤돌아서 달려가고 있다. 

법률안 통과시키는 사무관이 능력자?  

범인은 여럿이지만 확신범을 꼽으라면 공무원을 빼놓을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국회가 규제를 쏟아내는 것 같지만, 그 배후에 정부가 있는 경우가 심심찮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통과도 까다로운 정부입법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의원입법으로 법률안을 제출하는 이른바 ‘청부입법’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2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위헌 결정을 받은 83개 법률을 분석한 결과, 정부입법의 위헌 비율이 의원입법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이 국회의원보다 법을 잘 모른다거나 무능한 게 아니라면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단 원하는 내용으로 조항을 고쳐 법안을 제출한 뒤 통과 여부는 운에 맡겼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규제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비단 입법 절차만 있는 게 아니다. 이와 관련해 스타트업 규제를 양산하는 ‘묻지마 입법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3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기타, 그리고, 등, 그밖에 자세한 사항’ 같은 모호한 열거를 없애야 한다. 법 조항을 만들 때 보통은 원론적인 내용을 적고 말미에 ‘그밖에 자세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사안일 경우 ‘그밖에 자세한 사항’이란 문구를 달아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런데 ‘그밖에 자세한 사항’은 말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빨간색과 파랑색과 노란색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해보자. 이를 근거로 정부는 새빨간 색과 시뻘건 색과 붉은 색은 빨간색과 다르다며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또 분명히 ‘등’이란 단서를 달아 다른 색도 가능하게 했지만, 정부가 법조항에 없으니 보라색은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설마 그럴까 싶겠지만 스타트업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열거는 정부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고 있고, 이것이 디테일한 규제 양산의 원산지로 꼽히고 있다. 이를 제한적 열거주의로 전환해 안 되는 것 빼고 나머지는 가능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규제 사항에 포괄적인 규정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 

둘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법률안은 국회 통과까지 긴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세부 규정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별도의 검증 없이 관할 정부부처 주도로 마련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위임 권한을 벗어나 과도한 규제 조항을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에선 큰 줄만 그렸는데 정부가 작은 벌레조차 지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거미줄을 치는 격이다.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법률위임 원칙에 대한 준수 여부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률안 제·개정시 시행령과 시행규칙까지 함께 심사하고, 국회 속기록에 그 내용을 남겨서 법률 제·개정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규제 양산을 방지하는 입법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유능한 사무관은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사무관’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규제 입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것이 고위공무원단의 실적이 되기 때문이다.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정부부처나 기관은 저평가를 받고, 국장들은 승진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증거는 없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통한 청부입법이 성행한다고 알려졌다. 

정말 필요해서도 아니고 단지 고평가나 승진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스타트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고위공무원단 실적 평가에서 정부입법 실적은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규제 법률안은 입법 기간을 3년 정도로 잡고, 동일연도에 법률안 의견을 지양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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