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첫 행보... 한은, RP 매입으로 5조2500억원 공급
‘양적 완화’ 첫 행보... 한은, RP 매입으로 5조2500억원 공급
  • 김세화
  • 승인 2020.04.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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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 6월까지 주1회 입찰 실시
비은행 금융기관에 회사채 담보 대출도, 비상상황 안전장치

한국은행이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했다.

한은은 지난 2일, 전액공급방식의 RP 매입을 실시해 응찰액 5조2500억원 모두 낙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기 위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매주 1회 정례적으로 RP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에 단기 자금이 많으면 한은은 RP를 매각해 자금을 흡수하고, 반대로 자금이 부족할 경우, RP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번 조치처럼 한은이 RP를 무제한 매입하면 그만큼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생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이례적인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 완화와 사실상 다르지 않아 ‘한국판 양적완화’가 시작된 것이다.

한은은 이번 무제한 RP매입에 앞서 지난달 20일 1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실시한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RP 매입을 통해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에 2조5000억원을 공급했다. 더 많은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RP 거래 대상기관도 기존 은행 17곳과 증권사 5곳에서 증권사 11곳을 추가로 늘리고, 매입대상 증권도 확대했다. 대상 증권은 발행 규모 기준으로 70조원 가량 추정된다.

최근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한 상황을 지속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과 관련한 마진콜에 대응하고자 기업어음(CP)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당분간 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RP의 매입 금리는 상한선인 0.85%보다 낮고 기준금리 0.75%보다는 높은 0.78%로 결정됐다. 한은은 “RP 매입 금리가 매각 금리를 상회하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보다는 높게 설정했다”며 “7일물 이내 RP 매각·매입은 모두 기준금리를 고정금리로 적용하는데, 기간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91일물 RP매입 금리를 이보다 낮게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기관이 어느 정도의 매입 요청에 나설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금융위기 당시 한은이 투입한 유동성 28조원 규모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입찰을 진행된다.

한편 지난 2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80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간부회의에서 이 총재는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 상황이 악화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올 2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8조9000억원이며 연말까지는 20조6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CP는 2분기 중 11조4000억원, 연내 15조400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CP는 총 36조원 규모다. 이중 비우량등급 회사채와 CP 만기도래분도 11조원에 달한다.

한은은 일단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매입 프로그램과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차환 발행을 상당 부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 수요와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등으로 차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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