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1] 분산금융 이야기---은행없는 은행
[연재 칼럼-1] 분산금융 이야기---은행없는 은행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04.03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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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의 연재 칼럼 '분산금융 이야기' 중 첫번째 내용을 보도한다. 우선 3회 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은행없는 은행
2. 이자없는 대출
3. 로또 같은 예금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건물도 없고, 직원도 없으며, 오로지 프로토콜에 의해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미래의 은행이 다가오고 있다. 은행은 은행인데 가상현실 속의 은행이 싹을 틔우고 있다.

은행의 역사가 길지 않다. 은행 건물에 간판을 붙이고 많은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일을 보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근대적 은행이 생기기 전에도 은행 같은 게 필요했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넘치는 사람을 연결해줄 통로에 대금업자가 있었다. 이자가 높아 고혈을 빠는 일이라며 사채업자들이 비난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은 알고 보면 르네상스를 가능케 한 인물이다. 그들이 경제에 피가 돌게 했다. 메디치 가문에 돈이 모이자 은행 같은 게 필요했다.

은행이 없으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것도 대규모 자본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혁명도 마찬가지였다.

화폐를 사용했기에 근대적 은행이 가능했다. 은행은 재화를 보관하는 창고로 출발했다. 보관된 재화의 대부분이 창고에 잠자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은행은 대출을 시작했고, 그게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일으켰다.

금융의 핵심은 신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을 담보로 은행이 대출을 해준다. 고객은 빌린 돈을 정해진 날짜에 정확히 갚아 신용을 쌓는다.

신용카드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현금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하는 아이템도 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디지털 무형자산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자라났다.

스마트폰이 출현하고 모바일 뱅킹이 자리를 잡으면서 현금 쓸 일이 더 줄었다. 그런데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잔고를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과금이 자동으로 이체되었다.

은행은 실명확인을 할 때 한 번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물론, 환전할 때도 간다. 고액을 맡겨둔 나이든 고객들이 모던한 분위기의 방에서 공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가는 장소도 은행이다. 

기업이 신용장을 개설할 때 은행에 간다. 은행은 여전히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은행에 갈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은행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결정타가 등장했다. 바로 암호화폐와 분산금융이다.

암호화폐는 은행이 없어도 송금이 가능하고 송금 원장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에 기록한다.

정부가 발행한 돈이 아닌 걸 돈이라고 하니 그렇지않아도 의심 많은 고객들이 그 존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만 지난 10년간 암호화폐는 스멀스멀 시장을 파고 들었다.

지금의 암호화폐가 미래 금융의 성공적인 모델이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전구물질 정도는 될 것이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게 아마존이나 구글의 플랫폼이 될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보면 지금의 암호화폐는 초기의 인터넷 같은 것이고, 현금 없는 미래의 사회에서 은행이 아닌 은행으로 자리를 잡아 분산금융이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을 열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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