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2] 분산금융 이야기---이자없는 대출
[연재 칼럼-2] 분산금융 이야기---이자없는 대출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04.06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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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행없는 은행
2. 이자없는 대출
3. 로또 같은 예금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대출인데 이자 없는 대출이 있다. 이런 대출이 누구에게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용이 아주 좋아도 이자 없는 대출을 받기 어렵다.

고객이 스타벅스에 맡긴 예치금 규모가 16억 달러에 달한다.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이게 바로 이자 없는 대출이다.

이 예치금 규모가 스타벅스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전체 대출금의 9%에 해당한다. 스타벅스의 이자율이 적게는 0.46%, 많게는 4.5%에 달한다. 그런데 이 예치금을 공짜로 빌렸다.

더 놀라운 것은 예치금의 10% 정도는 낙전 수익이 된다는 사실이다. 돈을 예탁했는데 쿠폰을 분실해서 커피를 마실 수 없는 금액이 어림잡아도 1억달러가 넘는다.

2020년 새해 벽두에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은행이 스타벅스 같은 커피회사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FDIC 자료에 따르면 자산이 10억달러 이하인 은행이 미국 은행의 85.1%에 달한다. 마음만 먹으면 스타벅스는 언제고 경쟁력이 뛰어난 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다. 김정태 회장은 스타벅스를 ‘규제 받지 않은 은행’이라고 불렀다.

페이팔의 고객 예치금은 훨씬 더 많아서 2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FDIC는 페이팔을 은행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인가 받지 않은 은행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페이팔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계좌에 예치하고, 정기예금에 넣거나 국채 등을 매입한다.

은행으로 볼지 말지는 은행에 대한 해석의 차이일 뿐이다. 작은 해석의 차이가 역사를 바꾸고 국가의 흥망을 결정했다.

같은 구약 성경을 두고 여러 종교들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카톨릭은 이자를 받는 것을 금했다. 빌려준 금액보다 더 많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 논리였다.

유대교는 동족이 아닌 이방인에게 이자를 받는 것은 금하지 않았다. 유대인이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한 끗 해석 차이에서 출발했다.

교황 레오 10세는 역사상 유럽 최고의 부자 야코프 푸거에게 진 빚이 많아서 면죄부를 팔아 1517년 시작된 종교개혁을 자초했다. 그런데 1515년 푸거는 레오 10세를 움직여 이자 부과를 정당화하는 칙령에 서명하게 했다.

이슬람은 지금까지도 이자를 금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를 금할 수 없으니 이자 대신 수익을 나누게 한다.

대출은 신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신용이 낮으면 담보를 설정하고 대출을 받는다. 대출 전 신용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신용평가를 받지 않아도 고객으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았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며 그 덩치가 신용의 정도와 비례한다. 플랫폼 경제란 대마불사 경제를 말한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후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리브라가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가입자가 1달러씩만 리브라에 예치해도 순식간에 30억 달러가 쌓인다. 달러를 만져보지 못한 사람 수보다 리브라를 모르는 사람 수가 더 많은 날이 올 수 있다.

리브라에 달러나 유로를 예치한 고객이 이자를 원하지 않는다. 리브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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