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3] 분산금융 이야기---로또 같은 예금
[연재 칼럼-3] 분산금융 이야기---로또 같은 예금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04.08 0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은행없는 은행
2. 이자없는 대출
3. 로또 같은 예금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예금에는 이자가 붙는다. 그런데 이자 없는 예금이 있다. 대신 운이 좋아 뽑히면 상금을 받는다. 로또 같은 예금이다.

은행은 고객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정한다. 은행은 원금을 보장하고 게다가 이자까지 준다며 예금을 유치한다. 은행은 합법적으로 수신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지고 있다. 면허 없이 자금을 모으면 유사수신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① 금융당국의 인가·허가·감독을 받지 않고, ② 장래에 최소한 투자원금을 보장하거나 그 이상의 수익 지급을 약정하며, ③ 투자자금, 예금, 사채(社債), 회비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모으면 유사수신이 된다.

예금에는 많든 적든 이자율이 정해져 있다. 고객은 이자율에 민감하다. 대부분 그들은 확정적 이자율을 선호한다. 선호한다기보다 거의 확정적인 이율의 예금만 고를 수 있다.

확률적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게 복권이다. 복권은 확률에 따라 당첨자가 결정되지만 낙첨되면 원금이 사라진다. 복권은 한국에서 카지노, 경마 등과 함께 사행산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예금과 복권의 중간에 있는 게 소위 말하는 '손실 없는 로또'(no loss lottery)다. 원금은 보장되고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만 확률을 적용하는 상품이다.

2019년 미국에서 판매된 복권 규모가 913억달러에 달한다. 어림잡아 1%의 이자수익만 잡아도 9조원이나 된다. 그 1%만으로도 원금을 보장해주며 로또의 느낌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손실 없는 로또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로또 같은 예금이라 하니 어감이 나쁘다. 그게 그건데 상금연계예금(prize-linked savings)이라고 하면 어감이 부드럽다.

2009년 미시건 주에서 이 상품을 처음 출시했고 미국의 33개 주가 허용했다. 더 나아가 2014년 미국에서 예금진흥법(American Savings Promo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 고객의 56%가 이 상품을 통해 처음 저금했다고 응답한 연구결과가 있다. 예금 장려에 큰 도움이 되고 신규고객 발굴 효과가 크다. 특히, 도박을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이자를 금지하는 무슬림 문화에서 이 상품의 선호도가 높다. 이 상품은 예금을 게임처럼 만들어 게이미피케이션의 좋은 예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런 제도가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1956년 11월 1일 영국에서 우대채권(Premium Bonds)이라는 이름의 상품이 처음 출시되었는데 당일 하루 동안 5백만 파운드의 상품이 판매되었다.

물론 일부 정치인들이나 종교지도자들이 영국을 도박의 소굴로 만들 셈이냐고 비난했다. 그렇지만 이후 60년 넘게 이 우대채권이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중위 예금액이 3천달러에 지나지 않고, 국민의 40%가 예금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 60% 정도가 복권을 샀다. 저축의 중요성을 아무리 홍보하고 교육해도 상황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데 상금연계예금이 등장하면서 저축하는 국민들 수가 많이 증가했다.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업들이 이 상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상금연계예금이 나왔는데 DAI나 USDC 스테이블 코인으로 예금을 할 수 있다. 상금연계예금은 분산금융의 재미 있는 상품들 가운데 하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