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근로자, 아르곤 가스 누출에 질식사
현대중공업 하청근로자, 아르곤 가스 누출에 질식사
  • 이준성
  • 승인 2020.05.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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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조선소 내 사망사고, 올해 들어 벌써 4번째
노조 “노동부 특감 직후, 사고, 다단계 하청구조가 문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가 지난 21일 용접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경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14안벽 LNG 운반선에서 파이프 용접작업을 하던 김모씨(34)가 파이프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김씨는 2차 하청업에 소속으로 전해졌다.

아르곤 가스는 용접부의 산화를 막기 위해 용접 작업에 사용되는 기체다. 그 자체로는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 않지만 공기보다 무거운 성질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서 누출될 경우 산소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밀폐공간에 진입시 충분한 환기와 산소농도 측정이 필수적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용접용 아르곤 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워 놓고 바깥쪽에서 용접한 후 용접 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파이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파이프 내부의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고 들어갈 경우 산소 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5월30일에도 하청업체 근로자가 용접 부위 점검을 위해 파이프 안에 들어갔다가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한 사례가 있다.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공장 설립후 46년간 46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 전수조사 결과, 1970년대에 사망자 137명을 기록한 이후 전체 사망자 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망 사고는 증가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울산조선소에서 40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하청 노동자는 28명, 원청 노동자는 12명이다. 비용절감을 위한 다단계 하청으로 많은 물량을 적은 인원이 동시에 처리하게 되면서 작업체계가 단절되어 노동자의 산재 위험을 키운 것이다.

올해 안전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벌써 5명에 이른다. 앞서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소속 50대 근로자 1명이 대형 문에 끼여 숨졌다. 같은 달 16일에는 40대 근로자가 유압 작동문에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지난 2월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되자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이 끝나자 곧바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전날, 노동부에 현장에 제대로된 안전작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특별감독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부탁을 무시한 결과가 또 다시 근로자 사망에 이르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정부와 회사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단계 하청 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고인은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에서 다시 재하청을 받아 일하는 ‘물량팀’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파이프 조립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하청업체 직원은 파이프 용접 작업을 진행했다. 2개 업체의 작업이 동시 진행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1개 작업을 하는데 2개 부서에 소속된 2개의 하청업체 작업자가 투입되는 체제로 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면서 “원청 노동자가 작업을 진행했다면 배관 조립과 검사가 끝난 이후 용접이 시작하는 식으로 지휘와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잇따른 재해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 규명에 노력하겠다”며 “안전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등 사고 예방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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