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위원장, ‘이재용 수사심의위’ 회피 신청
양창수 위원장, ‘이재용 수사심의위’ 회피 신청
  • 정소연
  • 승인 2020.06.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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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장 처남, 이건희 회장 무죄선고 등 논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공정성 문제 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디자인=정소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양 위원장은 이 사건 심의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양 위원장은 16일 오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오는 26일 열리는 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을 회피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건의 피의자 최지성과 오랜 친구 관계”라며 “이번 위원회 회부 신청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공동 피의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다른 피의자들과 동일한 공소사실을 구성하고 있는 이상 회피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과는 서울고 22회 동창 사이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하지는 않았다. 수사심의위 규정에는 ‘심의대상 사건의 관계인과 친분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회피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수사심의위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되, 질문이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검찰과 삼성 측이 제출할 의견서의 분량을 조정하거나 회의 당일 위원들이 의견서를 검토하는 시간을 정하는 등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검찰총장으로부터 이 사건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당시부터 회피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특히 관계자의 혐의 사실 등을 명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지난 15일이 돼서야 입장을 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피하겠다는 입장이 정해진 뒤에서도 회피 의사의 공표 여부, 위원장 회피 수 진행절차 등에 대해 대검찰청 담당 검사와 확인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대검찰청 운영지침에 따라 오는 28일 심의위에 참석해 소정의 절차에 따라 위원들에게 회피 의사를 밝히고 위원장 대리 선임 등 향후 진행 절차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양 위원장의 처남이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권 원장은 성균관대 의과대학장,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을 거쳐 지난 2015년 10월부터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년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다.

양 위원장의 과거 재판 이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을 지내던 지난 2009년 5월 29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무죄 취지로 다수의견을 했다. 당시 양 위원장은 같은 날 열린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한 경제지에 기고한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칼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두둔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칼럼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언급하며 “아버지가 기업의 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인 사실 등은 사건의 내용과 객관적으로 관련이 없어 회피 사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양 위원장이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양 위원장이 수사심의위에 참여한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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