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서 침몰된 여객선 ‘세월호’ 선상에서 착한 사랑을 키워왔던 고(故) 김기웅·정현선 커플의 ‘살신성인’ 정신이 알려져 슬프고도 진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커플과 또 다른 희생승무원 故 박지영씨에 대해 ‘의사자’ 등재를 시키자는 청원운동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故 김기웅·정현선 커플은 사고 당시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 갑판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배 속에 갇힌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오히려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오후 정씨의 빈소가 차려진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는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정씨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정씨를 목격했다는 그는 정씨 어머니를 붙잡고 “김씨와 정씨가 당시 탑승객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배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며 떠 밀었다”며 “이후 두 사람은 다른 탑승객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희생됐다”고 비통해 했다.
20일 오전에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조된 이모(17)양 등 학생들 일부가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정현선) 언니가 우리에게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고는 배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하러 객실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봤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사고 당시 3층에 있던 김씨는 사고를 인지하고 잠자고 있던 동료들을 깨워 탈출시키고 정씨와 함께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지 못한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정씨의 직장동료나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정씨는 10년간 선상에서 일한 베테랑 승무원이었다. “탈출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정장군’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평소 남자 못지않은 일을 거뜬히 해냈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의 언니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영정사진에 비비며 “어쩌면 좋으니. 너(동생)의 모든 유품이 물에 잠겨 너를 기릴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며 비탄어린 혼잣말을 쏟아내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승객을 구조하다 희생한 이들 승무원들과 달리 자기 먼저 살겠다고 배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이모 선장 등 선박직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한모(54)씨는 “단원고 학생들도, 승무원들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 선장과 항해사 등이 배와 탑승객들을 모두 버리고 먼저 탈출하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저승에서도 이승의 사랑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평승화원 봉안당에 두 사람을 나란히 안장했다. 이들은 4년간 열애하다 올 가을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
이들 아름다운 커플의 장례식장 발인 엄수 현장을 지켜본 국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천국에서 행복하게 영면하길 축원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 “이들 고(故) 김기웅·정현선 커플과 故 박지영씨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 의사자’로 등재시키자”는 청원운동이 인터넷 포털과 일부 언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