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 칼럼] 시이불견 청이불문의 선량을 가려내야
[박완규 칼럼] 시이불견 청이불문의 선량을 가려내야
  • By Park wan-gyu (wangyu@koreaittimes.com)
  • 승인 2014.05.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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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4(四書)에 속하는 대학(大學)은 본래 예기(禮記)의 한 편이었던 것을 송나라 유학자 정호(程顥)가 따로 떼어내 구성했다. 윤리·정치·철학 등의 학문과 현실 정치 참여를 가르치고 있어 모름지기 천하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대학은 첫 장에서 대학의 길(大學之道)’을 밝히고 있는데, 명덕을 밝히는 명명덕(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 친민(親民) 그리고, 지극한 선에 다다르게 하는 일인 지지선(止至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대학의 ‘3강령이라고 하며,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수양의 길을 8단계로 제시했다.

격물(格物·사물의이치를 파악하고), 치지(致知·나의지식으로 끌어들이고), 성의(誠意·뜻을진실되게 하고), 정심(正心·마음을단정히 하고), 수신(修身·몸을닦고), 제가(齊家·가정을편안하게 하고), 치국(治國·나라를다스리고), 평천하(平天下·천하를평안하게 한다)로 이어지는 것으로 흔히 ‘8조목이라 일컫는다.


대학은 8조목 중 정심(正心)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수신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마음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쾌락을 좇는다거나 우환이 있으면 마음을 모을 수 없다.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면(心不在焉), 봐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고(聽而不聞),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 탐욕이나 쾌락, 분노 등에 사로잡히면 선을 좇는다(求善)’는 마음의 본()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聽而不聞)이다.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니 사물을 봐도 그 정확한 의미를 볼 수 없고, 좋은 소리를 들어도 그 참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천하를 경영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집중하라는 가르침이다.

6·2 지방선거를 20일 남짓 남겨두고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여야 후보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선거대책위를 구성하고 선거체제로 전환한 뒤, 1516일 후보등록에 이어 22일부터는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나서게 된다.

저마다 지방자치단체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선량(選良)들이 어김없이 선심성 복지공약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은 65세 이상 독감예방 접종비 전액 지원, 사회복지 공무원 5000명 증원을 제시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질세라 보호자 간병이 필요없는 환자안심병원 도입, 공공부문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귀가 솔깃한 공약이다. 하지만 예산이 얼마나 들어갈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뿐만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화두가 된 안전을 기조로 급히 공약을 만들다 보니 내실은 없고 구호성 정책을 남발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공약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보다시피 나라살림은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쏟아낸 복지공약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상급식 공약에 따른 파행만 해도 그렇다. 이 돈을 대느라 전국의 지자체 재정은 휘청대고, 학교 현장에서는 위험한 건물과 시설의 개·보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무상 포퓰리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은 국고 주름살을 늘이고 또 다른 부실만 낳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 인재(人災)로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국민의 신망을 잃을대로 잃은 마당에표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에 사탕발림으로 다시금 혹세무민(惑世誣民)하다가는정말 큰일난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가 없는 차분하고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현실성있는 공약과 페어플레이로 겸허히 유권자 심판을 받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지방선거는 나라의 중대사다. 유권자들은 이번만큼은 향후 4년 동안 지방살림을 책임질 진정한 일꾼을 가려내야 한다. 조목조목 냉정하고도 집요하게 따져보고 과연 시이불견 청이불문의 우매함에서 벗어나 치도(治道)를 할 만한 됨됨이인가를 적확히 심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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