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와 카피캣…스냅챗과 스노우
원조와 카피캣…스냅챗과 스노우
  • By 김인욱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8.0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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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과 스노우

네이버가 미는 '스노우'가 아시아지역에서 '스냅챗'을 앞서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있었다. 스냅챗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SNS이지만, 이미 미국에선 페이스북의 아성에 버금가는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스냅챗의 특징은 휘발성. 가입자간 사진, 동영상 또는 문자 등을 전송하는데, 해당 메시지를 전송받는 사람들은 이를 1∼10초간만 확인할 수 있다. 또 확인 후에는 해당 메시지가 사용자 단말기와 서버에서 영구적으로 없어진다. 잠깐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공유할 수 있는 SNS인 것이다.

스냅챗의 최고경영자(CEO)는 27세 청년 에반 스피겔이다. 최근 할리우드 스타 미란다 커의 약혼남으로 알려지면서 뭇 남성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다.

스냅챗의 탄생을 살펴보면, 2011년 7월, 스탠퍼드 대학교의 학생이었던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 레지 브라운이 합심해 ‘피카부’를 만들었다. 피카부가 지금의 스냅챗의 전신인 것.

현재 스냅챗은 현재 하루에 4억 개가 넘는 사진이 공유되며, 최근 6천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2015년 포브스는 기업의 시장가치를 직원 수로 나눈 ‘직원 1인당 기업가치’가 가장 큰 회사로 스냅챗을 꼽았고, 에반 스피겔은 자산 가치 약 15억달러로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시장 조사기관 이마케터는 올해 미국 내 스냅챗 사용자 수가 5천8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전체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31.6%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이마케터는 스냅챗이 2020년까지 2천690만명의 사용자를 더 확보해 트위터와 핀터레스트 사용자 수의 두 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트위터 사용자수는 5천680만명, 핀터레스트는 5천460만명으로 예상했다.

지금 잘나가는 스냅챗의 가치를 미리 내다본 이가 있었다. 바로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다. 하지만, 여기서 스냅챗과의 악연 아닌 악연이 시작된 듯하다. 스냅챗이 콧대높은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을 뻥 하고 차버렸기 때문. 2013년 11월 페이스북은 스냅챗의 인수금액으로 30억달러, 우리 돈으로 3조원을 제시했지만, 스냅챗은 이를 고사했다.

짐작해보면 에반 스피겔은 초조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넉넉한 집안(변호사 출신의 부모님)에서 자란 상류층 도련님이라, 돈에 쫓기지 않았다. 또 평소 그는 페이스북은 겉으로 보여지는 과시성에 가려진 현실의 우울함이 자리한 공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용자들이 솔직하고 유쾌하게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스냅챗을 구상했으니, 순순히 회사를 페이스북에 넘길리 없을 터였다.

‘페이스북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차별화를 가져와 스냅챗을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페이스북은 갖지 못한 스냅챗을 향한 애증을 보이고 있다. 결국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최근 ‘스토리’기능을 추가하며, 노골적으로 스냅챗을 베끼고 있다.

‘스토리’ 기능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24시간만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사진을 친구에게 바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타임라인에 올려놓으면, 하루동안 친구들이 이를 볼 수 있다. 이는 스냅챗이 가진 장점인 ‘휘발성 콘텐츠’을 인스타그램이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내 ‘대세’가 돼 버린 스냅챗을 베끼는 ‘카피캣’들은 이미 수두룩하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제2의 라인으로 불리는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개발한 ‘스노우’다. 네이버에겐 ‘카피캣’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애플리캐이션을 직접 사용해보면, 유사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노우를 ‘한국의 스냅챗 복제품(South Korean Snapchat clone)’이라고 지칭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스노우는 강아지 귀, 고양이 눈 등 스냅챗의 대표적인 스티커 외에도 소주병이나 KPOP 아이돌을 비롯 독자적인 필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스노우가 스냅챗이 차단된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중국에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스노우의 성공은 수익성이 좋은 동아시아 시장에서 원조로서 스냅챗이 누렸을지 모를 이점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지적했다.

스노우는 지난해 9월 출시된 후 10개월 만에 다운로드 4천만건을 넘어섰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스노우가 라인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지난 1일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인 스노우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켠으론 뒷맛이 후련치 않다. IT 분야에서 ‘시대의 흐름’이라는 미명 하에 서로 베끼고 따라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언제까지 그래야만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항상 후발주자여야만 하는지 하는 씁쓸함 말이다.

스노우가 제2의 라인이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반 스피겔이 페이스북을 보고 스냅챗을 구상했던 것처럼 기존의 SNS의 단점을 보고, 이에 구속되지 않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려는 창조적인 노력과 성과들이 우리에게도 보였으면 한다. 그리고 당당히 복제품이나 카피캣이 아닌 원조라는 수식어가 붙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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