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칼럼] 박인비와 알파고
[김형중 칼럼] 박인비와 알파고
  • By 김형중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 승인 2016.08.22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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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박인비는 천국과 지옥을 수차 경험했다. 누구나 그러하듯 그녀도 부침을 반복했고,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는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우리의 냄비근성은 익히 알려진 바.

좋은 성적을 내면 후원하고, 나쁘면 중단하는 것은 기업의 생리라 치자. 성적을 잘 내고 있을 때조차도 후원 계약을 멈칫거린 게 한국 기업이었다. 유독 박인비에게 박했다. 상품성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번 올림픽 전에도 그녀가 헤매자 관객들의 온갖 비난이 쇄도했다. 그런 국민에게 보란 듯이 그녀는 금메달을 선물했다.
메달 없이 그린을 내려올 때 쏟아질 악담을 생각하며 그녀는 더 이를 악물었을지도 모른다.

한국 과학계의 가벼움도 예외는 아니다.

알파고가 한국에서 이세돌하고 대국하자 갑자기 한국은 인공지능 연구의 메카가 되려는 듯 법석을 떨었다. 만일 알파고가 커제와 중국 호텔에서 대국을 벌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은 가십 정도로 다뤘을 것이다. 알파고 이후 정부가 발주하는 연구과제에 딥 러닝 키워드 넣기가 대세가 됐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딥 러닝도 박인비와 유사한 부침을 경험했다.

1958년 “퍼셉트론”이라는 인공신경망 컴퓨터가 만들어지면서 인공지능의 밝은 세상이 열리는 듯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969년 “퍼셉트론”이란 책이 출판되면서 인공지능의 암흑기가 도래했다. 1986년 힌튼이 역전파 방식의 인공신경망 학습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이며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포트 벡터 머신 같은 게 출현하면서 인공신경망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다 또 반전이 벌어졌다. 힌튼 교수가 주축이 되어 딥 러닝으로 빛을 잃어가던 인공신경망을 되살렸다.

한 우물을 판 힌튼 교수는 승승장구하며 2013년 구글에 합류했다. 누구 표현대로 그는 알파고의 할아버지가 됐다. 위키피디아는 역전파, 볼츠만 머신, 딥 러닝이라는 키워드 세 개로 그를 요약했다. 한 우물을 판 그이 집념이 부럽다. 모든 연구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조급증. 과제 제목이 비슷하면 중복성이 있다며 연구비 지급 중단. 이래서는 한 우물 파기 힘들다.

중국의 투유유가 개똥쑥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냥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연구하면 상이 따라온다. 상을 쫓으면 지치고 힘들 뿐이다. 일본 연구자들이 400조 번의 실험 끝에 113번째 원소인 니호니움을 발견했다.

이세돌의 대국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이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과학 학술지 네이쳐가 한국은 돈으로 노벨상을 살 수 없다고 썼다.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는 연구자들. 그들이 언젠가 박인비처럼 국가에 큰 상으로 보답할 날이 오리라. 딥 러닝을 쓰는 게 능사가 아니고 딥 러닝을 뛰어넘는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한국은 육상과 수영에 힘을 쏟아야 하듯 기초연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2016년의 키워드. 하나는 박인비의 금메달, 다른 하나는 알파고이지 않을까 싶다. 다 부침을 딛고 얻어진 산물인지라 더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 김 형중 교수는 서울대 공대와 동 대학원을 거쳐 현재는 고려대 사이버 국방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핀테크학회를 설립하고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권 간 가교역할을 하는 한편 ‘규제당국’에 정책을 제안하는 등 핀테크 선진화를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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