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新)경영 엔진수명 다했나
삼성, 신(新)경영 엔진수명 다했나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10.10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프 낫 어스, 후(If Not Us, Who), 2011년에 제작된 독일 영화로 원제는 ’Wer Wenn Nicht Wir‘다. 한국에서 정식 개봉된 적이 없는 이 영화는 ‘68학생 운동’의 과격한 일면을 드러낸 ‘바더-마인호프’ 사건을 외부 시선으로 바라본다.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자면 ‘우리가 아니라면 누구인가’라는 질문인데, 바더 마인호프 테러 사건의 행동요원이었던 구드룬 엔슬린의 약혼자이며 작가였던 베른바르트 베스퍼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대답이라 할 수 있다.

패전 후 동서로 분단돼 있던 1967년 6월 2일 서독.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의 정책과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혁명 단체들의 움직임이 과격해진다.

열혈청년 ‘바더’는 동료들과 함께 백화점 방화와 언론사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좌파 여성 언론인 ‘마인호프’가 이들을 옹호하고 활동에 동참하면서 독일 ‘적군파(RAF: Red Army Faction) ’가 결성된다. 적군파는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가 주축이 돼 1970년에 결성된 급진적 혁명단체다.

<>獨 적군파 구호만큼 ‘과격’했던 이 회장의 발언

‘바더 마인호프’ 테러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 ‘바더 마인호프’가 적군파 내 온건파였던 울리히 마인호프의 입장에서 서술됐다면 ‘이프 낫....’은 적군파가 꾸려지기 한참 전 후에 테러의 일원이 된 구드룬 엔슬린을 바라보는 베른바르트 베스퍼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치의 문화선동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부역문학가의 아들인 베스퍼와 나치군에 징집돼 러시아전에 참전했던 개신교 목사의 딸인 구드룬 엔슬린은 대학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고 정의롭지 못한 부모의 과거에 부채감을 느끼며 갈등한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중반 빌리 브란트가 주도하던 사민당에서 원고수정, 연설문 작성 등 홍보전에 적극 활동한다. 영화 속 전략 회의에서 엔슬린은 “부인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구호를 제시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학생 연합에서 과격분자 안드레아스 바더를 만난 엔슬린은 베스퍼와 아들을 버리고 테러에 가담하고 도주하다 체포돼 수감 생활을 하다가 종국에는 감옥에서 자살한다. 아이는 보호가정에 맡겨지고 베스퍼는 박탈감과 생활고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재미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 영화, 안 보는 게 좋다. 독일 영화 대부분이 지극히 교훈적이고 지루하다.

먼지 쌓인 영화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삼성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 지난 8월경 삼성전자가 일본 판매 제품에서 ‘삼성’로고를 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번뜩 이영화가 뇌리를 스쳤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 그 유명한 ‘신경영’의 시작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며 신경영을 주창하고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했다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눈 밖에 나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신경영으로, 삼성전자는 20여년을 승승장구하며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성장했다.

“마누라와 지식만... ” 발언의 출처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기자의 한 지인은 “이 회장이 혹시 ‘이프 낫 어스, 후’를 본거 아닐까”라고 우수갯소리를 했지만 영화의 제작년도는 2011년으로 신경영 선언보다 한참 후다.

‘바더 마인호프’도 2009년에 제작됐으니 영화들이 발언의 출처일 가능성은 낮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다른 영화를 봤을 수도 있겠다. 이쯤에서 우연의 일치였거나 기자의 과민 혹은 과문(寡聞)함을 원인으로 정리하자.

<>일본 눈치 보느라 ‘삼성’로고까지 삭제

엔슬린과 이 회장의 “마누라... ” 발언은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기존 체제를 고집했다가는 변화는커녕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급박함이 녹아 있다.

연거푸 세계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유독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폰 점유율은 일본에서 사용 중인 36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 가운데 6%에 그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후지쯔와 교세라 조차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이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삼성’이라는 로고, 그러니까 ‘정체성’을 버린 것이다. 와병중인 이 회장의 ‘유지’대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꾼 셈이다.

삼성은 “위안부 문제 등 경색된 한-일 관계를 고려해 일본 정부와 국민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오로지 제품으로만 승부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외신들도 삼성이 일본을 의식해 내린 조치라는 평가다. 포브스(Forbes)의 한 기자는 "왜 삼성은 일본 버전에서 로고를 없애기로 한 것일까"라고 자문하고 “세상에서 다른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이것은 정치와 자부심의 문제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 이유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한국산 제품에 반감을 가지는 일본인들의 애국심 때문이라고 추측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Guardian)은 일본 시장에서의 삼성의 존재감 관련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긴장감 때문에 미국, 유럽 그리고 다른 많은 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삼성의 저력이 일본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 회수 갤노트7 7만대는 ‘시한폭탄’

신경영의 창시자인 이건희 회장의 집단 성매매 의혹은 차지하고, 기자가 이 칼럼을 쓰게 된 결정적 동기는 역시, 갤럭시노트7의 폭발 이슈 때문이다.

삼성은 교환 제품에서도 발화 의심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자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 최대 이통사인 AT&T가 교환제품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생산라인 일부는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조차 결함을 인정한 구(舊) 기종 7만대는 아직 회수되지 않은 채 시한폭탄이 돼 돌아 다니고 있다. 삼성이 1995년 '애니콜 화형식' 이후 21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고 삭제로 인한 애국심 논란에서부터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배터리 폭발 이슈까지 삼성의 대대적인 전열 재정비는 불가피해 보인다. If Not SAMSUNG, Wh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