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사 소송 담당 변호사의 일기
[칼럼] 가사 소송 담당 변호사의 일기
  • By 장예준 변호사
  • 승인 2017.02.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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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준 변호사

우리 사무실에서는 형사, 가사, 의료 등 매우 다양한 사건들을 수임하는데, 필자는 그 중 일방적으로 어느 누구의 편을 들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가사 사건이었다. 이혼 상담 후 마치 내 일인 양 소장을 작성하고 나면, 상대방의 답변서는 심지어 더욱 설득력 있게 읽혔다. 그러다보면 다음 서면을 작성할 때는 의뢰인에게 더욱 꼬치꼬치 캐물어 당사자들조차 드러내고 싶지 않을 치부까지 상세하게 적게 되었다. 그렇게 이혼사유들을 ‘만들어내고’ 소송 경과를 지켜보다보면, 그 또한 이혼 소송을 맡은 변호사에게는 필요한 능력임을 실감하곤 했다.

혼인기간이 길지 않은 부부들의 사건들을 맡다보면, 본인 나이와 비슷한 의뢰인들이 상당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불과 얼마 전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그들이 이렇게 변하고 만 사연을 듣다보면,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몇 년 동안의 삶을 몇 장의 경위서에 담다가 몇 번을 울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의뢰인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서면을 쓰다 보면, 꼭 한번 하는 실수가 있는데, 서면에 ‘피고’가 아니라 ‘남편’ 또는 ‘아내’라고 적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작성하는 서면 하나를 기준으로, ‘남편’과 ‘아내’가 원피고로 나뉘는 것은 참으로 착잡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당사자 모두를 위한 새 출발임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하곤 한다.

가사 소송에서는 명확하게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격렬하게 이판사판으로 서로 감정싸움을 하며 치고받은 소송일수록, 승자는 없는다. 위자료를 조금 더 받게 되어도, 소송비용을 상대방이 부담하게 되어도, 기나긴 소송에서 서로를 헐뜯은 상처와,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본 자녀들의 기억은 고작 돈 몇 푼으로 잊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승자도 없는 이 전쟁은 서로를 원고, 피고로 적시한 소장 한 장으로 시작되고, 그 한 가운데에 변호사가 있다.

물론 복잡한 재산분할과정을 통해 각각의 기여도를 충실히 반영한 재산을 나눠 가지도록 돕고, 미성년 자녀들의 복리를 고려해 양육자 및 친권자를 지정하고 상대방의 양육비 지급을 약속받고, 조정절차를 통하여 당사자들 간 최상의 타협점을 찾는데 일조하는 과정에 있어서 변호사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은 필수적이고 보람되다. 다만, 다른 사건과 달리 가사 사건 담당 변호사의 경우 그 상담 단계부터 어떻게 모두의 상처를 최소화하여 의뢰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막중한 책무이며, 이는 종종 도외시된다.

가사 소송 담당 변호사의 역할은 당사자들 간 싸움을 붙이는 것이 아니며, 그 진정한 역할은 의뢰인과의 첫 이혼 상담 때부터 시작된다. 의뢰인들은 일차적으로 누군가 자신의 편에서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경청해준다는 점에서 치유 받고, 이차적으로 본인의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긴 소장 등 서면을 읽어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달랜다. 실제로 소장 초안을 보내주자, 상대 배우자와 다시 한 번 잘 대화로 풀어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져 제출을 보류하는 의뢰인도 있었고, 어린 자녀를 생각해 마지막 한 번 더 참아보겠다는 의뢰인도 있었다. 이처럼 이혼 소송이 부부싸움의 연장선상이 아닌, 덜 고통스럽고 보다 건설적인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의뢰인과 담당 변호사가 상담 때부터 일찌감치 시작되는 변호사의 역할의 중요성을 미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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