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에세이-15] 지난정부의 아이콘 '창조경제'의 탄생
[윤종록 에세이-15] 지난정부의 아이콘 '창조경제'의 탄생
  • 윤종록 교수(jonglok.yoon@gmail.com)
  • 승인 2020.09.11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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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후츠파로 일어서라' 저자인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의 새로운 이스라엘 스토리를 매주 금요일 연재 보도한다. 다음은 9월 ‘Month Four 스토리중 두 번째 내용이다.

Month Four
1. 페레스 대통령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창업자 '샤이 아가시' 이야기
2. 지난정부의 아이콘 '창조경제'의 탄생
3. 에필로그: 이스라엘 스토리를 마치며
윤종록 한양대학교 특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윤종록 한양대학교 특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많은 사람들이 내게 창조경제 탄생배경과 작명의 비밀에 대해서 묻곤 한다. 2005년, KT의 CTO로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부총리의 초청으로 갑자기 1주일간 다녀온 이스라엘 방문이 평생 ICT 외길을 달려온 나의 인생에 그리고 우리나라 혁신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 씨앗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7일간의 짧은 출장이 내게 준 메세지는 "자원이 없는 나라의 21세기 국가경영이란 바로 이런 것이야"였다. 우리도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내세우며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나라로 자부해왔으나 이스라엘의 21세기 모델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Zero to One(피터 틸의 저서) 그 자체였다. 우리가 이스라엘의 협동농장, 키부츠에서 힌트를 얻어 '새마을 운동'이라는 하드파워를 키워왔다면 이스라엘은 근면함을 뛰어넘어 두뇌의 창의성을 강조하는 소프트파워를 지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당시 750만명의 인구에 충청도만한 나라에서 미국 다음으로 나스닥을 석권했으며 단위인구 당 석박사급 엔지니어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가진게 없으니 오직 풍부한 두뇌자원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자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부총리 산하의 수석과학관실에서 제시하는 미래계획은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모든 부처의 장관은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운영의 작곡가들이다. 그들이 작곡한 악보대로 각 부처의 장관들은 자기들의 악기를 연주하면 오케스트라가 완성되는 것과 다름없다.

그 후 이스라엘의 경제기적을 다룬 창업국가를 번역하여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KT출신 엔지니어가 운명적으로 대한민국 국가경영의 마스터플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의 논리는 단순명료했다. 지난 50년간 게으른 손발을 부지런하게 만들어 경제를 일구었다면 이제는 두뇌의 창의력으로 2단계 로켓을 점화하는 것이었다. 산업경제를 혁신경제로 서서히 바꾸는 것이다. 

마침 페이팔을 창업한 8명의 일원이었던 피터 틸(Peter Thiel)이 그 같은 내용을 잘 함축한 <Zero to One>이란 책을 출간하여 내 논리를 보완해 주고 있었다. 그 책에 의하면 X축은 1을 n으로, Y축은 0을 1로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남이 만들어놓은 1을 n으로 만드는 추격이 아니라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Y축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준비함에 있어서 극명히 드러내는 차별화 메세지를 정하는 것은 무엇 보다 중요한 화룡점정이다. 나는 2012년 당시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모델을 앞세워 <창업경제>를 대국민 메세지로 제안했다. 그러나 선거캠프에서 논의 끝에 창업정책은 이미 DJ정부에 의해 선점된 것이라며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상상(0)을 혁신(1)로 만드는 혁신경제를 지향하자는 취지를 담아 <창조경제>로 명명되었다.
어찌됐든 우리의 경제 체질을 이대로 유지했다간 글로벌 무대에서 희미하게 사라질 운명의 새로운 인식과 거기에 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담는 4음절이었다. 

따라서 창조경제는 <정책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를 담는 거시적이면서도 정치, 문화, 교육, 제도 등 모든면에서 새로운 각오를 전제로 하는 새출발의 의미에 방점을 둔 것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임기 5년이 아니라 10년, 15년 걸쳐서 서서히 바꾸는 것도 각오해야 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시작되었다. 0을 1로 바꾸는 것이 창조다. 100을 200으로 바꾼다 한들 창조라 부르지 않는다. 작더라도 0에서 출발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피자의 반지름이 커지고 그만큼 면적이 넓어진다.

창업과 개업은 다르다. 옆집에 장사 잘되니 나도 따라하는 것은 창업이 아니라 개업(Business Opening)이며 피터틸의 X축에 해당된다. 창업은 Business Creation이다. 작아도 좋다. 0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Y축이다. 최 모씨 때문에 창조경제를 거론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부담스런 상황이 되어버렸으나 원래의 취지는 명확히 밝혀두는 것도 좋겠다싶어 기록해두는 바이다.

한때 창조경제를 자기가 만들었다는 사람이 백 명도 더 된다는 우스게 소리가 나돌았으나 지금은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그간 시간이 흐르며 여러 상황이 바뀌었으나 '코로나19'의 창궐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큰 질책에 대한 응답으로 정부에서 디지털 뉴딜, 생명과학 입국, 그린뉴딜 등 혁신경제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표현만 다르지 창조혁신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이며 내가 작년 4월부터 제안해 온 <생명과학입국>이 늦었지만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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