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부르짖는 정부, '국산 헬기' 외면하는 소방
'제조업 르네상스' 부르짖는 정부, '국산 헬기' 외면하는 소방
  • 정소연
  • 승인 2020.09.2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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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3000억 들여 국산화 했는데, 무리한 조건으로 불공정 논란 야기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헬기 선진국들은 자국제품 우선구매 법제화
한국한공우주산업이 개발한 '수리온' 탑재능력 등 외산에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수리온 기반의 군관용 파생형 헬기 /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수리온 기반의 군관용 파생형 헬기 /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정부•민간 합작으로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헬기가 일부 지자체 소방본부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소방용 헬기 입찰에서 국산 헬기 참여가 아예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산 헬기는 아예 입찰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제조업 르네상스’ 추진하고 있는 정부정책에도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지자체 소방본부들이 잇따라 소방헬기 입찰 공고를 내면서 주회전익거리측정장비 설치 의무화, 최대 항속거리 700㎞, 최대 이륙중량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회전익거리측정장비는 외국산 A사 헬기에 독자적으로 탑재된 장비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수리온’에는 ‘통합 항전장비’가 구비돼 주회전익 거리측정 장치가 필요 없다.

최대 항속거리 700㎞ 이상은 '수리온'의 최대 항속거리는 680㎞보다 길다. 그러나 ‘수리온’의 항속거리는 국민안전처가 제정한 소방헬기 기본규격(500㎞) 보다는 높은 기준을 충족한다. 최대 이륙중량 부분에서도 논란이 있지만, 항공업계는 탑재 능력 등을 감안하면 국산의 경쟁력이 외산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수리온 소방헬기에는 도서•산간지역에서 안전임무 수행을 위한 첨단 항공전자 시스템과 임무 장비들이 구비돼 있다.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 기상레이더, 철탑•고압선 정보가 제공되는 한국형 3차원 전자지도, 해상비행을 위한 비상부유장치 등으로 안정성이 높다.

특히 산소공급 장치, 심실제동기 등이 포함된 응급의료장비(EMS Kit)를 비롯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한 외장형 호이스트(Hoist), 탐색구조 방향 탐지기(SAR DF)와 화재진압을 위해 배면물탱크도 구비된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격 부분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40년 이상 운용되는 관용헬기의 입찰 평가 시 최저가 낙찰에 따른 단순 기종 평가가 아닌, 후속지원, 교육훈련 등 총 운용기간 동안의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국내 관용헬기는 소방청, 산림청, 경찰청 등 5대 기관에서 총 121대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중 국산 헬기는 단 14대 뿐이다. 121대 가운데 이 중 노후헬기는 56대로 46%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유지비용이 크게 드는 것은 물론, 향후 교체 소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경제 성장률 저하, 10대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정부는 지난해 6월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항공산업을 18조2000억원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조업 르네상스 비선선포식에서 참석해 “혁신을 통해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국내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 따르면, 2020년 항공산업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생산이 10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리온’ 개발에는 국내 250여개의 관련업체가 참여하고 있어 제조업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산업 육성과 자생력 확보를 위해 내수 확대가 시급함에도 국산 헬기가 외면 받고 있는 것.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들처럼 ‘국산품 우선 구매 법안’ 통과가 절실해 보인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조달계약에서 국제입찰의 예외로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자국산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Buy National’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국산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헬기를 자체 생산하는 미국(92.5%), 러시아(99.7%), 프랑스(97.2%) 등은 자국산 헬기 구매를 통해 ‘항공산업 육성과 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국산 헬기가 외면 받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경북, 인천, 강원, 부산 등 지역에서 소방헬기 교체 주기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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