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준법감시위 설치로 재벌총수 감형은 부당”
시민단체 “준법감시위 설치로 재벌총수 감형은 부당”
  • 김세화
  • 승인 2020.09.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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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삼성 등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 열어
“총수의 개인범죄에 적용, 감형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

시민단체가 준법감시기구 설치로 재벌총수가 형사재판에서 감형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준법감시기구 설치 등을 이유로 한 삼성·부영 등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준법감시기구’는 기업이 자체 내에 법규 준수 여부를 감시·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를 말한다. 

앞서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해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점을 참작해 형을 2년 6월로 감경했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좌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맡았던 정 부장판사는 현재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혐의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부 주심”이라며 “항소심 당시 그는 ‘미국 연방법원이 기업범죄 재판에서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를 양형 사유 중 하나로 본다’며 마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하면 형을 감경해줄 수 있는 것처럼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횡령과 관련한 선고에서 재판부는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형을 감형했다”며 “이 부회장 재판에서 부영과 같이 유사 사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참여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김종보 변호사는 이 회장과 이 부회장 사건이 기업을 위한 기업범죄가 아닌 개인범죄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의 범행은 부영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광주택 등으로부터 518억원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 회장은 횡령한 돈을 본인과 매제, 삼남 등 일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범죄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 구성원이 저지르는 범죄로 다수의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됐다는 이유로 기업범죄라고 할 수 없다”며 “준법감시제도 운영이 감형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른 구성원들을 징계하고 준법감시기구가 추후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하지만 부영그룹은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이 회장의 개인비리를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다수의 직원들이 부화뇌동했다”며 “준법감시기구 도입을 통해 총수의 비리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에 기업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한 사건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범죄”라며 “더욱이 이 부회장은 지배력 승계를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보다 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 부회장이나 최지성, 장충기 등 범죄에 참여한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며 “내부에서 스스로 반성과 책임추궁이 없는데 준법감시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이상훈 변호사는 “부영그룹 사건은 총수가 준법감시기구를 무시하면서 발생한 사건인데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준법경영 의지를 보였다고 간주했다”며 “이는 처음부터 감형을 의도한 명분 쌓기용이거나 재벌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무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 사건의 본질은 뇌물을 제공한 반부패 범죄행위이고 뇌물의 재원이 회사 자금이기 때문에 횡령죄가 추가됐을 뿐”이라며 “준법감시제도 운영을 근거로 형을 감경한 것은 뇌물 부패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법 흐름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양형기준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관한 범죄에 적용된다”며 “더욱이 이는 범죄이전에 설치한 준법감시기구가 실효성 있게 작용된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지, 사후적으로 설치한 삼성에는 감경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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