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
  • 이준성
  • 승인 2020.10.15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고차 사업으로 현대글로비스 가치 높여야
정의선 지배력 강화 위한 분할합병 등 가능성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차 제공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매매사업 진출을 공식화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의 규모와 성장가능성 외에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중고차를 구입한 고객 중 70~80%가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의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2018년 10월에는 ‘인증 중고차’ 위탁사인 오토플러스와 함께 국내 최초로 제조사가 품질 인증 기준을 제시하는 ‘상용 중고차 품질 인증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중고차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있다. 향후 20~30년 후에는 인구 감소 등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변곡점에 진입하고 ‘탈 것’에 대한 개념도 소유 중심에서 공유 중심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중고차 시장은 신차보다 2배 정도 큰 규모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또한 올해 들어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의 규모를 넘어섰다. 국내 중고차 시장도 3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결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사업은 현재 중고차 경매 사업을 맡은 현대글로비스가 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지난해 중국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해 창지우그룹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오너가의 지분이 가장 많은 곳이 현대글로비스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1대 주주는 정 회장으로, 23.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어 정몽구 명예회장 6.71%, 현대차 4.88%, 현대차 정몽구 재단 4.46% 등의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의 자회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도 12.04% 지분을 갖고 있는데, 빌헬름센은 2004년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을 매입한 뒤 현대차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 2.62%, 1.74%, 0.32%로 현대글로비스보다는 보유 지분이 적다. 따라서 정 회장이 현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통해 현대글로비스의 규모와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8조3000억원의 매출 규모를 2025년 40조원까지 성장시키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이런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오너가는 계열사간 순환 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높여왔는데, 정 회장의 경우 현대·기아차 지분율이 낮아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2018년 철회했던 분할합병을 다시 추진한다면 정 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등과 맞물려 현대글로비스가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마침표를 찍는 핵심고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