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 치료제, 주름개선 화장품 개발에 기여
국내 연구진이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 기술을 개발했다. 노인성 질환을 억제할 치료제와 화장품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과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팀은 26일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 일부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 원천기술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저명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1월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노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체가 생존과 생식력에 필요한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는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이다. 노화 현상은 DNA 손상이 누적되거나 암 유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등 세포가 증식을 멈춰가는 ‘세포노화’가 누적되면서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이 유발되고 신체 기능이 저하돼 사망률도 올라간다.
노화된 피부세포는 특히 콜라겐과 탄력섬유 생성 능력이 감소하면서 피부 재생 속도가 느려지고 피부 두께가 얇아져 주름이 생긴다. 피부장벽 약화로 인한 건조함, 가려움, 외부 자극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기존에 세포 노화를 되돌리는 전략으로 ‘역분화’ 기술이 가장 널리 연구되고 있다. ‘역분화’는 피부 세포 등 특정신체 조직으로 자란 세포에 ‘야마나카 전사인자’라는 단백질 4종을 추가해 특정세포로 분화하기 이전의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4가지 야마나카 전사인자 OSKM(Oct3/4, Sox2, Klf4, c-Myc)는 성체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지만 효율이 낮고 암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어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진피 윗부분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 속 단백질에 주목했다. 섬유아세포는 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워주고 세포 사이를 연결해주는 콜라겐 등의 물질을 생산한다.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진피에서 노화와 관련된 분비 표현형을 유발하는 단백질 ‘PDK1’을 찾아냈다. ‘시스템생물학’은 IT의 수학 모델링,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생명공학 분야의 분자세포생물학 실험을 융합한 연구 방법이다.
PDK1은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mTOR 신호 경로와 암 발생에 관여하는 단백질 NF-kB를 동시에 활성화해 노화를 유발한다. 연구팀은 진피 섬유아세포를 이용해 만든 입체 인공피부에서 PDK1을 억제한 결과, 세포 노화 표지 인자가 사라지고 정상세포로 기능을 되찾는 모습이 확인했다.
PDK1을 억제한 노화된 피부 조직에서는 감소한 콜라겐 합성이 증가하고 재생 능력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PDK1은 외부에서 신호가 주어질 때만 분열하는 스위치 인자로 OSKM 전사인자와 달리 분열을 지속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비가역적인 생명현상으로만 인식됐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노인성 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동백나무 추출물에서 PDK1 억제 성분을 추출해 노화된 피부의 주름을 개선할 수 있는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세포 분열이 멈춘 노화 세포를 다시 분열할 수 있는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바이오 분야의 연구를 토대로, 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늦추거나 개선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