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LG그룹에 계열분리 반대 서한
미국 헤지펀드, LG그룹에 계열분리 반대 서한
  • 김세화
  • 승인 2020.12.16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 “상법 개정으로 외국 투기자본 공격 현실화”
의결권 제한하는 3%룰 등으로 경영권 압박할 것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에 계열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의 서한을 보냈다. 재계에서는 소액 주주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14일,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가 LG 이사회에 계열 분리 반대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서한에서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로 평판이 나 있는 LG가 소액주주보다 총수 일가를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며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LG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 효율화를 위해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 5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 지주사인 ㈜LG와 신규 지주회사가 내년 5월부터 독립경영에 들어가 LG그룹과 구본준 ㈜LG 고문과의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계획을 결의했다.

화이트박스는 “최근 발표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더 좋은 대안이 있음에도 이사회는 총수 일가의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는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LG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들에게 반하는 행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화이트박스의 서한 내용을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국의 재벌들 사이에서는 창업자나 회장이 숨진 뒤 자녀들을 위해 일부 계열사를 분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LG그룹은 이에 대해 “이번 계열 분리로 그룹의 역량을 전자, 화학, 통신 등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사가 완료된 후, 성장 전략이 더 구체화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화이트박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 사이먼 왝슬리가 이끄는 펀드로 LG그룹의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총수 일가의 지분이 46%임을 감안하면 화이트박스가 LG그룹의 경영권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발생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돌발 행동에 재계는 국내외 투기 자본의 기업 경영권 공격에 대한 논란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사외이사 감사위원 분리선임 때 개별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LG 최대 주주인 구광모 회장은 지분 15.9%를 보유하고 있지만 감사위원 선출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LG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가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가져 의결권이 3%로 제한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탄탄한 편이지만, 소액 주주인 외국 펀드들이 연합할 가능성도 있어 최대 주주들의 방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로, 이 가운데 상법 개정안에 따른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율은 평균 5.52%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 평균은 38.12%에 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