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칼럼] 분산금융 제도의 틀 정비 시급
[김형중 논설위원 칼럼] 분산금융 제도의 틀 정비 시급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12.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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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5년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토스가 유니콘 기업이 되고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4대 시중은행의 시가총액을 추월할 거라 생각한 사람들은 없었다. 은행들은 토스를 거들떠보지 않았고 카카오는 평범한 메신저 회사에 불과했었다.

2017년은 코인공개(ICO) 광풍의 한해였다. 백서 하나 보여주며 백서대로 만든 암호화폐를 줄 테니 비트코인을 보내라면 비트코인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니 정부가 당황했다. 물이 좋으니 사기와 다단계가 횡행했지만 이듬해에 버블이 터졌다.

2020년은 분산금융(DeFi) 열풍의 한해였다. 그냥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맡기면 거버넌스 토큰으로 이자를 준다는 프로젝트들이 하나 둘 성공하니 또 묻지마 투자 바람이 불었다. 듣보잡 YFI라는 코인이 비트코인보다 비싸게 팔리니 너도나도 이자농사(yield farming) 코인 만들기에 나섰다.

2020년을 요약하는 사자성어가 아시타비(我是他非)라지만 분산금융(分散金融)과 이자농사(利子農事)가 더 뜨거웠다. 2021년에도 이 두 사자성어의 해가 될 것이다. 유망한 건 다단계 조직과 사기꾼들이 더 잘 알고 악용하기 때문에 이 사자성어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다.

분산금융은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을 말한다. 스타트업은 자산이 없어서 전통적인 금융에 뛰어들 수 없다. 분산금융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뚝딱 공기로 만든 듣보잡 거버넌스 토큰을 빌려준다.

그 토큰은 거래소에서 불티나게 팔리니 유동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모든 코인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잘 나가는 일부만 그렇다. 아무튼 빈털터리 청년들이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대규모 자산을 모아 금융의 틀을 만든다. 이게 토스나 카카오뱅크처럼 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자산 시가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거버넌스 토큰을 대출해주고 연리 15% 정도를 받으니 분산금융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담보 가격이 대출금 이하로 내려가는 순간 담보는 스마트 계약에 의해 자동으로 청산된다. 그러니 가상자산 대출은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각국 정부가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댔으니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다. 그 돈이 몰릴 부동산을 정부가 봉쇄했다. 그래서 증권이나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내년에 그 틈새를 헤집고 들어설 게 이자농사 광풍이다.

분산금융은 한국을 디지털 월스트리로 이끌 호재이지만 이게 규제 없이 방치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싹을 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화폐로 보지 않고 증표로 보면서 규제를 해야 할 때 규제를 하지 않으니 피해자가 양산된다 해도 손을 쓸 길이 없다.

고객이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을 들고 튈 이자농사 기업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 그러자면 금융 라이선스 제도가 필요하다. 발행하는 코인의 공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제도의 틀 안에 끌어들여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규제가 아닌 진흥을 위해 제도의 틀이 필요하다.

정부가 분산금융의 본질을 빨리 깨닫고 제도의 틀을 빨리 정비해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고 한국에 디지털 월스트리트를 세울 수 있다. 특금법 개정 이후 정부가 승인할 거래소 수 정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분산금융의 토대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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