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1심 무죄... 피해자 반발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1심 무죄... 피해자 반발
  • 김세화
  • 승인 2021.01.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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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CMIT·MIT-폐 질환·천식 인과관계 입증 안돼"
피해자측 “사법부의 기만... 항소심까지 싸울 것”

인체에 유독한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시켜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 대표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발견된 후 10년간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지만 일부 원료 성분과 관련해 법원은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와 제조업체의 전직 임·직원 11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6817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가 1553명에 이른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성분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되는데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생산·판매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과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생산·판매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다.

PHMG와 PGH과 관련해 검찰은 사건 발생 5년 만인 2016년, 옥시·롯데마트 등 제조사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는 등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CMIT와 MIT 관련해서는 이후에도 대대적인 수사가 계속됐다. 하지만 이 성분이 폐 질환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근거가 부족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이 실험을 진행해 2019년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검찰은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 금고 5년을 구형하고 나머지 임·직원들에게는 각각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옥시 등의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 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CMIT, 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 2014년 발간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백서을 보면 PHMG와 PGH는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CMIT와 MIT는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당시 검찰도 기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부의 실험 결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등에서도 CMIT와 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기준은 근본적으로 PHMG와 PGH 피해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이라며 "물질성분이 상당히 다른 CMIT와 MIT 살균제에 피해 인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CMIT와 MIT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생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내리면서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전제로 한 공소사실과 기타 쟁점들도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가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토대로 형사사법의 원칙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준 연구진, 환경부, 시민단체와 검사들께 모두 감사하고 피고인들과 변호사들 모두 고생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 직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수사 결과로 인과관계가 확정된 사망자가 12명"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하면 유죄 입증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의 기만"이라고 비판하면서 "항소심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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