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금융과 완전금융상품
분산금융과 완전금융상품
  • HJ Kim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1.05.26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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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특임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특임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전통적인 금융에서 고객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그 책임을 채권자가 져야 한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채무자가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갖추지만 현실적으로는 채권자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은행이 확보한 담보물건을 경매에서 처분하려 하면 시장은 몇 번 유찰시켜 가격을 형편없이 떨어트린다. 만일 대출해준 금액 이하로 은행이 담보를 청산하게 되면 그게 채권자가 채무자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게 아날로그 금융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디지털 금융에서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철저히 채무자가 지게 만드는 기법이 개발되었다. 플래시론(flash loan)이 그것이다. 채무자가 빌린 코인을 갚지 않으면 채권자가 빌려주지 않은 것으로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그만이다. 다시 말해 채무자는 코인 없이 코인을 가진 척한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디지털 금융에서는 이렇게 함으로써 채무자의 과실책임을 채권자가 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책임을 채권자가 지는 금융 시스템은 불완전한 금융상품이다. 아날로그 금융에서는 여태껏 불완전한 금융상품이 통용되었다. 아예 완전한 금융상품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 차선책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런데 디지털 금융에서는 채무자의 책임은 채무자가 지는 완전금융상품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플래시론은 완전금융상품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상품의 완전성은 금융정보의 대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했다. 아날로그 금융에서는 고객이 은행을 믿을 수 없었고, 은행도 고객을 믿을 수 없었다. 즉, 전통 금융에서는 상호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은행, 믿을 수 있는 고객을 찾아야 했다.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한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피하기 힘들었다. 그게 아날로그 금융의 숙명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금융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을 제거한 금융상품 설계가 가능했다. 분산금융에서는 믿을 수 있는 은행, 믿을 수 있는 고객을 찾지 않는다. ‘믿을 수 있다’는 주관적인 기준은 객관화되기 어렵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대상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기보다는 채무자가 책임을 지게 하는 간단한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게 채무자의 책임을 채권자에게 지우지 않고 채무자가 지게 하는 방법이었다.

이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계층이 많다. 아날로그 금융에서는 대출이 이루어지면 돈이 채권자의 수중에서 채무자의 수중으로 즉시 넘어간다. 그래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채무자의 주머니에서 채권자 주머니로 돈을 되돌릴 수 없다.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채무불이행 상태에 다다른 것이다. 즉, 전통 금융에서는 대출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분산금융에서도 대출이 성립하는 즉시 채권자로부터 채무자에게 코인이 이동했으니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디지털 금융에서는 대출이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블록이 생성되었지만 무시되어 사라지는 고아(orphan) 블록이 블록체인에서는 당연시된다.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대출하지 않았다고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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