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원칙
[김형중 논설위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원칙
  • HJ Kim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1.06.20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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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특임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특임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거래소들은 은행의 실명확인 계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은행들은 난색을 짓고 있다. 현재의 특금법 제도하에서는 거래소의 자금세탁 책임까지 은행이 져야 한다. 은행이 져야 할 자금세탁 방지 책임이 은행이 실명확인 계좌를 허용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은행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연좌제가 암호화폐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셈이다.

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노력에 비하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노력은 몇 배 더 힘들고 어렵다. 은행 거래는 기본적으로 계좌 중심이다. 실명확인을 거치며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의심스럽다고 신고된 계좌 정보는 은행과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관리된다. 의심스러운 계좌는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에 계속 누적되어 관리가 되어 왔다. 이런 그물망이 충분히 촘촘해서 계좌 기반의 자금세탁을 우회하기가 쉽지 않다.

암호화폐 주소를 만드는 데 실명확인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할 때마다 그냥 뚝딱 만들면 된다. 그래서 수만 개를 만들어도 된다. 의심스러운 주소를 데이터베이스에 아무리 많이 누적시켜가며 관리를 한다 해도 새 주소를 만들어 쓰면 자금세탁 방지 솔루션을 우회할 수 있다. 게다가 자금세탁을 위해 코인을 쪼개고 섞는 믹서 같은 서비스까지 존재한다. 기존의 은행에서 쓰던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거래소에서 은행으로, 또는 거래소에서 계좌로 현금을 송금할 때 언제나 수금 상대는 실체 확인이 가능하다. 반대로, 거래소에서 코인을 보낼 때 상대는 대부분 실체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기가 훨씬 쉽다. 은행은 실명확인 계좌를 제공했을 뿐인데, 그리고 전송된 것은 현금이 아닌 코인인데, 자금세탁의 책임을 은행이 지라는 건 누가 봐도 과도하다.

그래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거래소의 책임은 거래소가 지고, 은행의 책임은 은행이 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다.

이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거래소 책임까지 은행이 져야 한다면 거래소가 최선을 다해 자금세탁 방지에 나설 이유가 없다. 둘째, 은행은 그런 거래소를 믿을 수 없어서 실명확인 계좌를 내줄 이유가 없다. 셋째, 거래소와 은행이 둘 다 소극적이면 미래의 분산금융 산업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게 된다.

금융당국이 미래의 금융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책임은 거래소가 지고, 은행의 책임은 은행이 져야 한다는 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은행이 실명확인 계좌 발급에 주저하는 이유를 금융당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실익보다 손해가 큰 데 은행이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해 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책임 분리가 미래 금융산업을 살리는 핵심 열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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