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돕는 것
[김형중 논설위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돕는 것
  • HJ Kim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1.06.27 0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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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쓰면 은행 계좌 개설이 거절되는 나라. 한발 물러서서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인 나라. 그 나라가 한국이다.

그러니 암호화폐 사업한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 사업으로는 벤처기업 지정도 받지 못하는 나라. 그 나라가 한국이다.

퇴폐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이 나라를 세계 암호화폐 산업의 성지(聖地)로 만든 사람들. 그들이 바로 한국 사람들이다.

그들은 호텔에서 열리는 발표회마다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며 각종 코인에 대해 듣고 묻고 투자하며 성지를 만들었다. 그들이 묻지마 투자한 게 아니다.

리플, 카르다노, 트론, 네오 같은 코인들이 명품으로 자리 잡은 데는 한국 투자자들의 감별사다운 탁월한 안목과 헌신적인 투자가 한몫했다.

김치코인들이 도지코인보다 열등하지 않다. 김치코인들이 투자자들에게 더 피해를 준 일도 없다. 김치코인들도 얼마든지 명품 코인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의 장관들이 나서서 분산금융 산업에 초를 치더니 이제는 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수가 많은 게 망국적인 일처럼 간섭하고 있다. 불량코인을 상장폐지하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질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코인 수를 줄이라는 데는 찬성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수출기업의 애로를 덜어주려고 1967년 세계 각국의 화폐를 취급하는 외환은행을 세웠다. 그래서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이 은행의 역할이 컸다.

외환은행이 취급하는 화폐 수가 너무 많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니 시중은행 수준으로 달러, 유로, 위안, 엔만 취급하라면 수긍할 국민이 별로 없다.

거래소에 코인이 많으면 투자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져 더 좋다. 그런데 명확한 근거도 없이 페이코인 같은 것이 거래소에서 원화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가 그냥 방관만 해도 고마울 판에 선무당처럼 갑자기 팔을 걷고 나서서 한 첫 번째 벌인 일이 김치코인 수 줄이는 일이었다.

정부가 코인베이스를 예로 드는 데 함께 살펴보자. 초기에는 비트코인만 취급하더니 이더리움을 추가했다가 최근에는 60개가 넘는 코인을 상장한 게 코인베이스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쯤에는 코인베이스에 몇 개의 코인이 더 상장될지 알 수 없다. 거래소는 코인을 교환하는 곳이니 코인이 많을수록 투자자들에게 유익하다.

빗썸이나 코인원에 코인 몇 개 없을 때 후발주자 업비트가 미국 업체와 손을 잡고 많은 코인을 선보였기에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업비트가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빗썸이나 코인원도 코인 수를 늘렸다. 그게 맞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코인을 상장시키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소수의 코인만 상장시키고 편안하게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키려면 인터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고난도의 정합 작업이 필요하다. 게다가, 새로운 코인 메인넷을 붙일 때마다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신용카드를 보급하려 하자 국민을 빚쟁이로 만들려느냐며 언론이 시끄러웠다. 인터넷으로 뱅킹을 하다니 정신 나갔느냐고도 했다. 돌아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안 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되었음에도 암호화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2006년의 ’바다이야기‘처럼 여기며 공무원들이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막고 있다.

그냥 시장에 맡기고 당국이 가만히 있으면 어느 날 한국이 디지털 월스트리트의 중심이 되어 있을 것이다. 국민이 피땀 흘려 만든 성지에 정부가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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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21-06-27 22:56:41
정말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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