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학위논문 제도
[김형중 논설위원]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학위논문 제도
  • HJ Kim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1.07.12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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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야당의 대통령 후보 부인이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논문의 한글 제목 ‘회원 유지’가 영문으로 ‘member retention’ 대신 ‘member Yuji’로 적혀 있었다. 논문 내용에 대한 시비는 없고 오로지 모호한 한국어식 영어 한 단어로 인해 세상이 시끄럽다.

본인의 불찰이 가장 크지만, 교수가 끝까지 세심하게 논문을 지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선거철이 다가오거나 장관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학위논문 표절 메뉴가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데는 대학의 책임이 크다. 그럴 때마다 학위장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써 대학의 명성이 실추되고 있다. 

최종심사 이후의 과정에서 일부 지도교수가 학생의 학위논문 출판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제자의 학위논문을 지도교수의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은 적어도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교수의 실적으로 인정하고, 표절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해당 교수를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 

두툼한 학위논문을 쓰게 하는 대신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논문을 KCI 등재지와 SCI/SSCI 저널 논문으로 각각 대체하는 방안이 있다. 공정한 대외 평가를 받은 저널 논문으로 저자의 이름과 업적을 만방에 알릴 수 있다. 게다가 SCI/SSCI 저널 논문은 지도교수의 업적으로 인정된다. 

학위논문 출판은 좋은 제도였다. 청춘을 바쳐 연구한 결과를 혼자 간직하지 말고 후학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책으로 펴내어 도서관에 비치하자는 취지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게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이자 제도라는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들이 결과가 압축된 간결한 논문을 선호한다. 저자는 인용이 많이 되기를 원해서 온라인 논문 출판을 선호한다. 시의적절하게 결과를 알리고 싶어서 저자들은 논문심사 기간이 짧은 저널을 찾는다.

그래서 출현한 게 오픈 액세스 저널이다. 저자가 게재료를 출판사에 내면 저작권에 구애를 받지 않아서 논문을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다. 이게 디지털 시대에 딱 맞는 제도다. 오픈 소스나 퍼블릭 블록체인처럼 오픈 액세스가 디지털 시대의 규범에 더 잘 어울린다. 

한국연구재단이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비를 제공한 후 연구성과가 SCI/SSCI 저널에 발표되면 연구자에게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논문이 저널에 발표되지 못하면 재단이 보고서 제출을 요구한다. 대학도 재단처럼 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의 논문은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정말 성과가 있으면 한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박사학위 논문이니 "가능하면 두툼하게 쓰라"는 지도교수의 요구는 정말이지 전근대적인 발상이자 학위논문의 질이 형편없음을 자백하게 하는 강요일 수 있다. 물론, 쓸 게 많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짜깁기로 인해 표절을 피하기 힘들다.

정말 좋은 논문을 쓰게 할 자신이 없으면 교수가 대학원생을 받지 말아야 한다. 학생으로 받았으면 교수 본인이 논문을 대신 써주겠다는 각오로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함께 좋은 논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처럼 최종심사 이후 제자에게 모든 과정을 떠넘겨 문제투성이의 학위논문을 제출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어설픈 논문으로 인해 제자가 한순간 축복이 저주가 되는 악몽을 꾸며 살게 할 수 없다. 이참에 대학의 학위논문 제도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학위논문 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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