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특금법,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이유: 법적 근거 없는 민간위탁의 문제
[김형중 논설위원] 특금법,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이유: 법적 근거 없는 민간위탁의 문제
  • HJ Kim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1.08.21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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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의 필수요건으로 'ISMS 인증', '임원 금융범죄 경력 부존재', '실명확인계좌 보유' 세 가지를 요구한다. 이 가운데 ISMS 인증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범죄 부존재 증명은 경찰청에서 받으면 된다. 이 둘은 모두 국가기관이다. 유독 실명확인계좌만 민간기관인 은행에서 받아야 한다. 

특금법에서 심사 업무 일부를 금융감독원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제7조에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관으로의 권한 위임도 법률에 명시하는 판에 실명확인계좌 발급 업무를 은행에 위탁한다는 조항은 없다.

국가 사무를 민간에게 위탁할 때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법률에 근거하지 않을 때는 ‘행정위임위탁규정’을 따라야 한다.

‘행정위임위탁규정’에는 행정기관 내에서의 위탁은 물론 민간위탁(제11조)을 포함하고 있다. 민간위탁이 가능한 사무는 

1. 단순 사실행위인 행정작용
2. 공익성보다 능률성이 현저히 요청되는 사무
3. 특수한 전문지식 및 기술이 필요한 사무
4. 그 밖에 국민 생활과 직결된 단순 행정사무

로 국한하고 있다.

또한, 민간위탁의 경우 “민간위탁하였을 때에는 필요한 사무처리지침을 통보하고, 그 처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명확인계좌 발급은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라는 법적 조치에 쓰이므로, 정부의 권한을 민간기관에게 위임한다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금융정보분석원이 은행에 “사무처리지침” 또는 가이드라인을 준 바 없고 “그 처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도 한 바 없다. 따라서 금융정보분석원이 볼 때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 주는 것은 은행의 자발적 선택이지 법률행위가 아니다.

즉, 실명확인계좌는 특금법에 정의되어 있지만 발급은 민간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비법률적 행위이며, 그렇다 보니 기관마다 그 기준이 상이하여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권한을 위임했다고 주장하려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특금법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은행을 나열했다고 해서 그게 국가의 권한을 은행에 위임한 게 아니다.

법적 위임을 했다면 은행의 행위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대한 책임을 은행이 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권한 위임이 없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국가 사무의 일부를 대신 처리해주고 책임을 홀로 져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 위험을 알고 있었기에 은행이 금융위원회에 면책을 요구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 주며 앞으로 발생할 거래소 사고의 모든 책임으로부터 은행이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은행이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차선책이다. 선 신고 수리 후 계좌 발급의 길이 있다. 현행 특금법 하에서도 가능하다(제7조 제3항 참조). 둘째, 최선책은 특금법을 개정해서 민간위임 조항을 삽입하거나 실명확인계좌 조항을 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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