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특금법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김형중 논설위원] 특금법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 HJ Kim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1.08.24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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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금법 실명확인계좌는 시한폭탄
- 장기적으로는 특금법 개정이 답
- 농협의 거래소 코인 입출금 중지 요청, 당국 불신의 사례
- 일본 수준으로 10개 이상 거래소 신고 수리 되어야
- 국회 청문회를 앞둔 고승범 후보의 역량 보일 기회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업비트가 8월 20일 최초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쳤다. 아마도 2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현안 가운데 하나를 해결하려고 금융당국이 애를 쓴 흔적이 엿보인다. 

여기서 실명확인계좌 발급 계약서가 아닌 유지 확인서를 줬다는 점에 주목하자. 계약서를 줬다가 거래소에서 사고가 터졌을 때 그 책임을 은행이 다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거래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거래소가 먹튀 하거나, 해킹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거나, 자금세탁이 발생하면 은행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해 주었다는 이유로 은행이 그 덤터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 마뜩잖다.

특금법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명확인계좌 발급 업무를 정식으로 은행에 위탁하지 않은 것이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금융범죄경력 부존재 증명은 각각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경찰청이 맡는다. 실명확인 계좌 발급만 민간기관인 은행이 맡았다. 은행이 맡았다기보다는 원치 않았는데 정부가 맡겼다.

은행이 금융위원회에 면책 또는 지침을 요구한 건 당연하다. 그런데 법률의 근거 없는 면책 약속은 무의미하며, 지침을 제시했다가 책임을 지고 싶은 당국자는 없다. 개정안의 실명확인계좌 조항이 특금법 속의 지뢰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국회가 자책골을 넣은 거다.

얼마 전 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에게 코인 입출금을 막으라고 요구했다. 이 사단은 특금법 시행령의 두 조항 때문에 벌어졌다. 트래블룰의 시행을 내년 3월 25일 이후로 미룬다는 경과조항을 부칙에 두지 않았다. 신고가 수리된 이후 실명확인계좌를 개시할 수 있다는 조항은 신규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신고가 수리될 때까지 원화 및 코인 입출금을 금지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은행의 해석이 지나치게 과도했다 쳐도 금융기관은 조항 하나에도 이렇게 민감하다.

정유라 입시 문제로 이화여대 총장은 물론이고 교수 여럿이 구속되었으며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을 보면서 은행은 자의적 판단의 위험을 충분히 학습했다. 그래서 은행이 그나마 크게 양보해서 실명확인계좌 유지 확인서를 써 준 것이다. 잠재적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은행의 암묵적 선언이다.

당국이 거래소 신고를 수리하고 난 후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 주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명확인계좌 발급 책임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 수리 이후에도 은행이 유지 확인서로 버티거나 그마저 철회할 수 있다.

9월 25일 이후 은행이 지금처럼 실명확인계좌 계약서를 써 주지 않으면 실명확인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4개 거래소마저 영업할 수 없거나, 영업하더라도 계약서 없이 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불법 원화를 거래하는 사업자들을 다 고발하거나, 불법 영업인 줄 알지만 묵인하는 것이다. 후자라면 나라가 무법천지가 된다. 전자라면 모든 거래소가 합법적으로 폐쇄된다. 이 경우 한국이 법률로 거래소를 폐쇄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다.

대안은 간단하다. 장기적으로 특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물리적으로 9월 24일 전에 특금법을 다시 개정하기에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대안으로 신고 수리 거래소 수가 10개 이상이 되도록 당국과 은행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

머지포인트 가입자 수 100만 명, 발행 포인트 1000억 원인데도 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암호화폐 고객은 최소 660만 명이고, 코인 하나의 시가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인 게 즐비하다. 참고로 중견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 한 종류의 유동성이 2조 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따라서 코인은 수십조 원이 걸린 폭발적인 쟁점인데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다. 이런 코인의 처리방안도 없이 특금법을 시행했다가 정권이 무사할 지 심히 걱정이 된다. 청문회에서 머지포인트를 따지는 것은 정말 한가한 일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는 청문회를 앞두고 적정한 수의 거래소가 신고를 마칠 수 있게 역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시한폭탄은 결국 터진다. 부동산 정책보다 거래소 신고가 정권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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