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성공” ‘누리호’, 목표고도 700km 도달... 위성 궤도 안착은 실패
“미완의 성공” ‘누리호’, 목표고도 700km 도달... 위성 궤도 안착은 실패
  • 김세화
  • 승인 2021.10.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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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개발 착수 11년 7개월만
과기부 “원인분석해 내년 5월 재도전할 것”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1일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누리호는 우주 700km 고도까지 올랐지만 더미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모형 위성 분리 등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목표고도 700km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3월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에 착수한 지 11년 7개월 만이다.

하지만 3단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 동안 연소되지 않고 475초에 조기 종료되면서 더미 위성을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엔진 연소가 조기 종료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누리호의 1차 발사를 지켜본 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누리호 비행시험이 완료됐다”며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로 발사 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 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지만 발사체를 우주 700km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 착수 12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위성모사체가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시험비행 전체를 평가하자면 이제 마지막 한 걸음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내년 5월 다시 도전에 나선다. 내년 5월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무게 200kg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모형 위성이 함께 실릴 것으로 보인다. 2차 발사 이후에도 누리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을 통해 네 차례 추가 발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당초 기술진들은 75t 엔진 4기가 묶인 1단 엔진과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될 지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발사된 나로호의 경우, 1차 발사 때는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고, 2010년 2차 발사 때는 이륙 137초 만에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날 누리호는 1단 엔진과 페어링 분리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3단 엔진이 점화돼 목표 궤도에 접근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3단 엔진의 연소 시간 부족으로 궤도를 이탈한 모형 위성은 호주 남쪽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표 시간이던 521초보다 46초 짧은 475초에 연소가 조기 종료되면서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목표 속도인 초속 7.5km에 못 미치는 초속 6.7km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연구진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기술적인 원인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후 브리핑에서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해 봐야겠지만 비행 전 계산으로는 연료 부족이나 엔진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연료 탱크 내부 압력 부족이나 연소 종료 명령 오작동 등의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3단 엔진 시스템에 추진제를 공급하는 밸브류가 30여 종이고 부품도 43개 이상이라 이 중 하나가 제대로 기능을 못 했을 가능성 등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공급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연료 가압 시스템이나 밸브 오작동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실제 비행을 한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고 본부장은 “모형 위성 분리까지 모든 과정이 정확하게 이뤄졌는데 3단 엔진 연소 시간이 짧아지면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정말 크다”며 “다만 이번 발사에서 발사체의 자세 제어나 목표 궤도 진입을 위한 유도 알고리즘 등이 정확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내년 5월에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극복해 완벽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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