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 일가 176명, 미등기임원 재직”
공정위 “총수 일가 176명, 미등기임원 재직”
  • 김세화
  • 승인 2021.12.03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수들, 권한은 누리면서 법적 책임은 회피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1년간 124억원 가까운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사 겸직을 통해 89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항목은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이사회 구성·작동 현황, 소수 주주권 작동 현황 등이며 올해는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재직 현황 등 새로운 항목을 추가됐다.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미등기임원과 이사를 과도하게 겸직한 일부 기업 총수의 보수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올해 5월 지정된 대기업집단 71곳 중 쿠팡 등 신규 지정된 8곳과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62곳의 2218개 계열사이며 조사기간은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다.

공정위 조사 결과,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54곳의 계열사 2100개 중 총수 일가 1명 이상이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곳은 5.7%인 120개다. 총수 일가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15.5%, 사각지대 회사의 8.9%에 각각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다. 비규제 대상 회사인 경우 미등기 임원 재직률이 3.6%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회장은 4개 계열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CJ㈜ 67억 1700만원, CJENM 28억 6200만원, CJ제일제당 28억원 등 총 123억 79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신 회장은 이사 겸직을 통해 롯데지주 35억 1700만원, 롯데제과 19억원, 롯데케미칼 35억원 등 총 89억 17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수 1인당 평균 미등기임원 재직 건수는 2.6개사로 집계됐다. 총수 일가가 기업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사례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총수 1인이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기업은 중흥건설로 총수로 총 11개 계열사의 임원으로 보수를 수령했다.

증흥건설에 이어 유진그룹 6개, CJ그룹 5개, 하이트진로 그룹 5개 순으로 미등기 임원 재직 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창선 회장, 유경선 유진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경우 여러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지만, 사업보고서 등에서 보수가 알려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했다는 것은 권한은 누리면서 그에 수반되는 법적 책임은 피하려는 것으로 책임경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이사회는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조사대상의 이사회 안건 99.62%가 원안 가결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오너 기업의 가결률은 대부분 100%으로 나타났다. 274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중은 51.0%, 이사회 참석률은 97.9%에 달했지만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도 기업경영을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전자투표제’는 총수 없는 회사의 90.9%가 도입한 반면 총수가 있는 회사는 73.8%밖에 도입하지 않았다.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단 하나도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효성, 한진칼, 하이트진로, 넷마블 등 58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30곳에 달했다. 총수가 있는 회사일수록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소극적임을 의미한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52곳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지난해 62.5%에서 올해 69.2%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사회적 공헌 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와 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