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돌고 돈다고 해서 돈
[김형중 논설위원] 돌고 돈다고 해서 돈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2.01.02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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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

1932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뵈르글(Wörgl) 시장이 '짝퉁 돈'을 찍었다. 1930년에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이 제안한 체화화폐(demurrage currency)를 구현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이 발행한 법정화폐를 담보로 짝퉁 돈을 찍어냈다.

이 짝퉁 돈을 스탬프 스크립(stamp scrip)이라고 부른다. 짝퉁 돈의 오른편을 보면 1월부터 12월까지 표시된 빈칸이 보인다. 매달 그 빈칸에 우표 같은 딱지를 사서 붙여야 화폐의 액면가치가 인정된다. 딱지 가격은 액면가의 1%에 해당한다. 이 짝퉁 돈을 받은 사람은 달이 바뀌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서두른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1%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때는 바야흐로 대공황의 시기. 어느 도시나 실업율이 높았고 경제활동은 위축되었으며 돈이 돌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짝퉁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실업율이 거의 제로에 근접했고, 경기가 살아났으며, 세금이 많이 걷혔고, 그래서 시청은 도로에 아스팔트를 깔고, 스키점프대를 신설하는 등 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웃 6개 도시가 이 뵈르글의 기적을 금새 베꼈다. 이 도시의 시장 미하엘 운터구겐버거(Michael Unterguggenberger)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그에게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일약 집사부일체의 사부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듬해에 이 실험은 중단되었다. 오스트리아 대법원이 중앙은행의 화폐발행 독점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짝퉁 돈이 사라지자 실업율은 금새 30%로 급등했다.

밀레니엄을 자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중앙은행들이 헬리콥터 머니를 찍어내자 경제체제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금리를 내리고 또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드디어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그것도 모자라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했는데 실제로는 널리 실행되지 않았다. 돈을 맡기고 이자도 내야 한다는 건데 돈 가진 사람들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는 2백만 스위스프랑 이상을 예치한 고객이 대상이었는데 지난 해에 25만 스위스프랑 이상으로 내렸다.

최근 들어 중앙은행들이 CBDC를 찍겠다고 하면서 실비오 게젤의 화폐이론을 스마트계약으로 구현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화 될것이다.

돈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2022년에는 돈이 잘 돌아 사람들의 형편이 한결 좋아지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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