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사장 등 사내이사 선임은 가결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최근 갤럭시22의 성능 저하 논란에 사과했다.
16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부회장은 갤럭시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과 관련해 “고객들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S22에 제품 발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게임 등 일부 고사양 앱을 실행할 때 성능을 제한하는 GOS 프로그램을 내장했다가 논란이 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특히 주총 전날 국민연금이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을 책임진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 등의 사내이사 선인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 보다 2배가량 많은 160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더욱이 주총장 밖에서는 GOS 논란과 관련해 노태문 사내이사 선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면서 이번 주총은 다소 어우선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 카페와 유명 스마트폰 커뮤니티는 주총장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동원된 트럭들은 전광판에 "휴대폰 품질에 신경쓰십시오",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등의 문구를 담아 주총장 주변 도로를 배회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GOS는 게임의 특성을 반영해 적정 한도까지 성능을 제어해 발열을 최소화하고 일관성있는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지만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업데이트했다”며 “이런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고객 경험을 최우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때 사전예약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한 갤럭시S22는 GOS 논란으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 주가도 ‘10만 전자’를 기대했던 지난해 연초보다 15%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개인 투자자는 "노 사장은 GOS 논란 이전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며 "여기 계신 주주들께서 현명한 표결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이날 주총장 앞에서 'GOS 사태의 근본원인 노태문'이란 현수막으로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삼성전자 안팎의 논란에 대해 한 부회장은 "노 사장은 기술 리더십을 갖춘 스마트폰 전문가"라며 "경쟁이 심화된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설득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약화와 관련해 경계현 사장에 대한 주주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파운드리 업계의 최대 고객사인 퀄컴은 당초 '스냅드래곤' 칩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겼지만 올해 3나노 공정 기반 차세대 스냅드래곤 생산을 다시 대만의 TSMC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공시에서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경 사장 등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경 사장은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복잡도가 올라가고, 반도체 물리적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점진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수익성과 공급물량을 동시에 개선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의 반대에도 사내이사 선임 등 상정된 안건 모두 전원 통과됐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개인투자자 지분 비율은 13.08%,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8.69%로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최대 10% 수준의 반대표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주총 결과, 노태문 사장의 경우 97.96%, 경계현 사장은 86.34%의 압도적 찬성률을 얻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