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새 한국 점유율 하락, 일본·대만은 늘어나
미국이 화웨이, SMIC 등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급규제에 나선 이후 한국 반도체의 중국 내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시작된 2019년 이후 대만, 한국, 아세안 6개국(베트남·싱가포르·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의 중국 내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 변화를 분석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9월 네 차례에 걸쳐 중국 화웨이, SMIC를 상대로 미국의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활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공급을 규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8년에 비해 2021년 대만의 점유율은 4.4%포인트, 일본은 1.8%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5.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37.2% 증가했고 대만·일본에서의 반도체 수입은 각각 57.4%, 34.8% 증가했다.
대만 반도체에 대한 중국 내 수입이 증가한 것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인해 중국 토종기업과 중국내 외국인 투자기업 모두 미국 반도체 구매가 막히면서 대만산 반도체 칩 수입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한국 반도체 수입은 6.5% 증가에 그쳤다. 미국의 규제에 따른 화웨이의 한국산 메모리 구매 중단,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이다. 반면, 가전제품 핵심 비메모리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 기타 반도체 수입은 각각 69.3%, 67.7%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인해 화웨이의 한국산 메모리 구매 중단,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이 2018년 대비 13.7% 줄었다”며 “그 여파로 중국 내 한국 반도체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4686억 달러로 원유 수입 2550억 달러의 1.8배에 이른다. 2020년 세계 반도체 수요 중 중국의 비중은 생산국가 소재지 기준 60%에 이를 정도로 중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2020년 반도체 자급률 40%를 공언했지만, 이어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의 영향으로 반도체 자급률이 15.8%에 그쳤다.
그럼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양적 성장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집적회로 기준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중국 정부의 견조한 지원 아래 2018년 대비 매출액은 61.0%, 생산량은 94.0%씩 증가했다.
전경련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 격차가 큰 첨단 노드 파운드리 생산·장비·소재 분야에서는 향후 10년간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올 2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50억달러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2위 업체 화훙반도체는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상하이증시 2차 상장을 통해 약 150억위안 조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자주적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4년~2018년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SMIC 6.6%, 화홍 5%, 칭화유니그룹 4%의 순이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퀄컴, 인텔 등도 상당 수준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정부지원금 비중은 각각 0.8%, 0.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새 정부는 즉시 범부처 시스템반도체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 협력체계 강화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