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확보, 방만경영 해소에 초점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혁신을 추진하는 가운데, 여권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사퇴 압박에 나섰다.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따르면 연내 70여개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마치고 교체될 전망이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370개 공공기관 중 연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은 71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관장의 임기가 이미 만료된 39개 공공기관은 당장 신임 기관장으로 교체할 수 있다.
기관장 임기가 만료돼 공석인 기관은 총 13곳으로 국민연금공단, 한국관광공사, 한국보건복지인재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준정부기관 4곳과 한국수출입은행, 건설근로자공제회, 부산대학교병원, 정부법무공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기타공공기관 9곳이다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이 선임되지 않아 현 기관장이 임기를 이어가는 공공기관은 총 26곳이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축산물품질평가원,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준정부기관 7곳,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전MCS,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 기타공공기관 18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31개 기관은 올래 안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 2곳,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 준정부기관 2곳,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벤처투자, 우체국시설관리단, 한국특허정보원, 코레일유통 등 기타공공기관 27곳이다.
이 밖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당초 기관장 임기가 2024년 5월까지지만 2021년 경영평가 결과, 실적이 미흡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로부터 기관장 해임 건의을 받아 기관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만료와 해임 건의로 연내 기관장 교체가 예상되는 기관은 모두 71개지만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어 교체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방만경영 해소에 초점을 두고 다각적인 혁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 12곳을 포함해 총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정하고 공공기관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공공기관의 청사와 자산규모를 전수조사 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다. 이 경우, 재정상황이 나쁘거나 재무 성과가 좋지 않은 기관, 지난 정부에서 인력과 기능이 비대해진 기관은 공공기관 혁신 과정에서 기관장이 자진해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윗선의 압박으로 한전 자회사 4개의 기관장이 일괄 사표를 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관장 사퇴를 압박하거나 강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일부 기관장에 대해 ‘알박기 인사’라고 비난하며 직·간접적으로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을 포함해 이사와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교체가 됐음에도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알박기 인사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 원장을 두고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한국개발연구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