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생산량 조절계획
지난 6월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다. 통상 6월은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의 혼란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8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 6월 IC(집적회로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전월 대비 마이너스 증가률을 기록했다"며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인해 전례 없는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6월은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가전·IT 기기 제조업체들이 하반기 성수철을 앞두고 신학기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IC인사이츠는 “그 동안 6월 반도체 판매량이 최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37년 전인 1985년 1%였다”며 “통상 6월 반도체 판매는 전월 대비 한 자릿수 또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이 197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6월 반도체 매출이 감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 들어 반도체 시장은 장기간 이어진 공급망의 혼란과 인플레이션, 생산량 감축 등의 영향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IT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데다 미국 IT업체들도 서버 투자에 신중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부진했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의 영향으로 스마트폰·PC·TV·게임기 등 개인용 전자 제품 출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소비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가격도 하락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7월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4.03% 하락했고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용 범용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도 3.75% 하락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도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오는 24일 공식 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 내놓은 예비치를 공개하면서 올해 2분기 매출이 67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했던 2분기 81억 달러보다 17%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는 81억2000만 달러였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주력 제품은 게임기와 가상자산 채굴,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그래픽 저장장치(GPU)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게임기 등의 판매 부진, 가상자산 채굴 수요 감소 등이 더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야외 활동이 많아진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전자제품 구매가 줄어든 게 악영향을 미쳤다.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만드는 콘솔 게임기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이들에게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IC인사이츠는 “올해 남은 기간에 대한 매출 전망에 따르면 3분기와 4분기 판매가 장기 평균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예측치를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회계 기준 4분기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청주 반도체 라인 증설을 보류했고 삼성전자도 단기 설비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생산량 조절을 계획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매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의 6월 매출은 1759억 대만 달러로, 전월 기록한 1857억 대만 달러 대비 5% 감소했다.
다만 TSMC는 오히려 3분기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TSMC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매출은 198억 달러~206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분기 매출 23조4600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