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이 주도하게 해야
환경부 “제도 정비하고 지원방안 마련할 것”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이 탄소중립을 보다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 기반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최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우리 기업들이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들을 피동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 기업들도 수비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제도나 환경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탄소중립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규제 중심의 접근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또 앞으로 그 효과가 지속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결국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서는 “제도가 시행된 지 8년 가까이 됐다”며 “현재 상당히 정착되고 있지만 이 제도가 과연 탄소중립의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들이 할당 범위에 맞춰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남거나 모자라는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15년 사업장 간 배출권 거래를 통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최 회장은 낮은 배출권 가격, 비용 예측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현행 배출권거래제의 한계로 꼽았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들은 생산·운영시스템을 저탄소 배출구조로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예상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배출권 가격이 높아지면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내년에도 그 정도 가격으로 구매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면 현재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더 줄일 여력이 있어도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탄소중립을 보다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성과 보상에 기반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환경 정책의 목표는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탄소중립, 순환경제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여정의 동반자가 돼 기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기후대응기금 등 재정적 지원 확대, 탄소중립 기술개발 지원 등 탄소감축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탄소중립 투자 규모가 2030년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로 배출권가격 급등락시 정부 개입 기준 명문화, 전력 소매시장 경쟁체제 도입, 주민 주도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