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가도 환율 상승 효과에 3.2% 올라
국제유가 하락에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수입물가가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입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5~6%대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4.38를 기록했다. 수입물가지수는 2015년 수준을 100으로 적용하여 원화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로 전년 동월 대비 24.1%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3.3%로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7월과 8월 상승률은 각각 –2.6%, -0.9%였다.
특히 중간재와 원재료가 수입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용도별 수입물가 기여도를 보면 중간재1.3%포인트, 원재료 1.2%포인트, 소비재 0.5%포인트, 자본재 0.3%포인트의 순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재료의 경우 천연가스 등 광산품이 3.8% 상승했으며 밀 7.2%, 옥수수 4.9% 등 농림수산품이 3.4% 상승했다.
중간재는 화학제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1차 금속제품 등이 오르면서 3.1% 상승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페인트가 각각 8.7%, 7.6% 올랐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전월 대비 3.8%, 3.5% 올랐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안정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90.95달러로, 전월 대비 5.9%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8월 평균 1318.44원에서 지난달 평균 1391.59원으로 5.5% 올랐다.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지난달 말에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돌파했고, 이달 들어서는 1440원까지 올랐다. 다만, 환율 상승 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4% 하락했다.
한은은 “"10월이 아직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입물가의 변동 요인을 속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9월 수출물가지수는 131.74로 지난 8월 127.64보다 3.2% 올랐다. 국제유가 하락, 반도체 가격 하락세에도 환율 급둥의 영향으로 수출물가도 상승했다. 환율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1.7% 하락했다.
세부품목별로 보면 화학제품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각각 3.9%, 3.4% 오르며 수출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휘발유는 6.9% 하락한 반면 엔지니어링플라스틱수지는 10.7% 상승했으며 시스템반도체 5.5%, 디램 2.6%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수입물가의 경우, 그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산유국의 감산과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어 향후 추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 등이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고환율이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금융 불안을 높이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