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불발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불발
  • 김세화
  • 승인 2022.11.03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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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물 신뢰 저하 우려
기업의 달러 자금조달 더 어려워질 수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불발되면서 기업들이 달러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중도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금리 상승, 거래 위축 등으로 조기상환을 위한 신규 채권의 발행이 여의치 않아진 데 따른 결정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조기상환을 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분류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그동안 금융사들이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일반적으로 5년 혹은 10년 후 채권을 발행한 금융사가 이를 되사는 콜옵션이 포함된다.

당초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11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일자가 다가오면서 3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거래가 위축돼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했고 결국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을 하지 않아도 디폴트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은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국내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 일자를 사실상 만기로 간주하고 투자를 해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 불발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내 한국물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이로 인해 향후 기업들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우리은행도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시행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내 평판이 악화했고 나아가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사들에도 여파가 이어질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7~2018년 중 국내 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중 2023년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 기일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는 1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시장의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다른 보험사들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우려에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등은 이날 자료를 통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 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흥국생명은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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