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8% 증가에도 영업익 24.7% 감소
원재료비·이자비용·인건비 상승 등 영향
올해 3분기 국내 100대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부실기업’이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매출은 전년 대비 18% 늘어났지만 이자비용,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매출 100대 기업 영업 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18곳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이’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통상 1보다 낮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본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자보상배율이 ‘0 미만’인 기업도 13곳이나 됐다.
3분기를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기업’은 2019년 14개에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23개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3개로 감소했다가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올해 다시 18개로 늘어났다. 올해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에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롯데케미칼 등이 포함됐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부실기업이 늘어나는 데는 최근 고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원재료비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총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원재료비 항목을 공시한 72개 기업의 3분기 원재료비는 170조91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30조1613억원 대비 31.3% 증가했다.
이자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에서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에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00대 기업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지불한 누적 이자액은 5조3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집계한 4조5446억원 대비 17.2% 증가했다.
이 외에도 인건비를 비롯해 기업의 비용 지출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인건비 항목을 공시한 97개 기업을 3분기 인건비 총액은 62조6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56조5791억원 대비 10.6%가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법인세 납부액은 전년 대비 74.8% 증가했고 여비교통비는 62.7%, 광고선전비는 14.1%, 연구개발비는 1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 100대 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100대 기업의 3분기 총매출은 337조3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1조4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재료비, 이자비용, 인건비 등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91.9% 감소하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어 화학업 –81.9% 등 총 7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스업 732.5%, 자동차업 507.7%, 유통 198.2% 등 8개 업종의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경총은 “3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 우려가 이미 현실화됐다”며 “4분기에는 화물연대 파업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도 1%대 낮은 성장세와 고물가, 임금 상승 등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규제 완화, 세제 개선, 노동 개혁 같은 과제들이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