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사장에게 요구되는 제1 리더십은?
공영방송 KBS 사장에게 요구되는 제1 리더십은?
  • Korea IT Times
  • 승인 2023.01.02 05: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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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최재훈/前 KBS 노동조합 위원장
최재훈 / 前 KBS 노동조합 위원장
최재훈/前 KBS 노동조합 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K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법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명분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KBS 사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공영방송을 좌파가 영구 장악하려는 법이라며 반대한다. 여·야 모두 속내는 정치적 이해득실이 깔려 있을 것이다. KBS는 각종 조사 지표에서 아직 대국민 영향력이 1위다. 야당이 단독으로라도 방송법을 개정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KBS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영향력이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KBS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 대비 사업이익을 나타내는 사업이익률이 2018년 이래 4년 연속 마이너스다. 순이익률은 2019년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법인세 환급과 자산 매각 효과가 크다는 게 KBS 경영평가서 설명이다. 

광고를 보면 먹구름이 더하다. 2017년 3천6백억 원에 이르던 KBS 광고 수입은 지난해 2,7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되면서 그나마 선방한 수치다. 지상파 3사 가운데 광고 점유율도 2017년 30%대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 26%대로 떨어졌다. MBC와 SBS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이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다. 공적 책임도 다할 수 없다.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재원 부족으로 공적 책임을 소홀히 하면 국민 신뢰도가 떨어진다. 수신료를 꼭 내야 하느냐는 비난까지 받아야 한다. KBS는 이 악순환 고리에 접어들면 안 된다. KBS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존을 목표로 할 만큼 재원 구조가 한계에 직면했다. 사장은 이 상황을 돌파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까지 KBS 사장들은 재원 구조 안정화를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시도했다. 하나는 수신료 인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MBC처럼 부동산 사업 등 방송 이외 사업을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다 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번번이 정치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미디어 산업 환경은 급변했다. 광대역 초고속 인터넷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미디어 융합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OTT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미디어 시장 영향력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덩치 큰 KBS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략은 모순되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양손잡이 경영’이다.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 공간인 방송에서 성공해야 한다. 다른 손으로는 디지털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서로 다른 성격의 조직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므로 말이 쉽지, 실행은 어려운 전략이다. 이 전략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응이다.

BBC는 2010년대 들어 기술개발 프로젝트 양과 방향이 크게 바뀐다. 2000년대에는 기존 방송시스템의 속도와 디지털 프로세스를 위한 인프라 기술개발이 주였다. 프로젝트 수도 17개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대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확장 현실 등 신기술을 방송에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전환 프로젝트가 주를 이룬다. 프로젝트 수도 115개에 이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실감미디어 프로젝트다. BBC는 2016년 VR 애니메이션 ‘We wait’를 자체 제작했고 2018년 ‘BBC Sports VR-FIFA 월드컵 러시아’앱을 발표해 가상현실 속 월드컵 중계를 시도했다. 이외에도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래형 거실’ 프로젝트와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를 활용한 양방향 라디오 드라마도 제작했다. BBC 사례를 보면 기술 융합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양손잡이 경영의 핵심은 ‘기술주도형 경영’이다.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KBS 책무에는 새로운 방송 기술 연구 개발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KBS 정관에는 매년 예산의 1% 이상을 방송 기술 연구 개발에 반영하게 돼 있다. 미디어 기술연구소에 배정된 예산은 지난해 기준 22억 원이다. 전체 예산의 0.14%에 불과하다. IT 인력은 113명이다. 전체 직원의 2.5% 수준이다. BBC의 IT 인력이 전체 직원의 10%를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KBS도 미디어 융합 환경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조직개편과 예산편성 리모델링이 시급하다. 
     
KBS 재원 구조를 보면 광고 수익은 지난해 기준 2,700여억 원으로 비중은 16%까지 떨어졌다. 반면 콘텐츠 판매수익은 광고를 앞서 3,700여억 원, 증가추세다. 미래 수익이 어디서 더 창출될 것인지 예측이 어렵지 않다. 기존 편성본부는 실시간 기준 TV·R 편성본부와 ‘콘텐츠 유통본부’로 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본부’와 ‘디지털미디어 기술본부’ 신설도 검토할만하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공적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 광고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메타버스 기술로 기존 콘텐츠에 등장하는 의상과 소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앱 개발도 현실화하고 있다. 콘텐츠와 광고, e-커머스가 동시에 결합한 모델이다. 재난방송에도 디지털 전환 상상이 가능하다. 누구나 사건 사고 영상을 플랫폼에 올리면 위치추적 기반으로 해당 담당 관공서에 전송되고 언론사 등 누군가 그 영상을 내려받으면 블록체인 기술로 등록자에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모든 국민이 참여해 재난 위험을 알리는 경고자가 되고 보상도 받는 시스템이다.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보다 맞춤형 콘텐츠 구독 모델을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의무로 내는 2,500원에는 거부감이 들지만, 자발적인 10,000원 구독은 아깝지 않은 게 시청자 심리다. 디지털 전환 기술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 전략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KBS 내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자원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 투자 연구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도 추진할 수 있다. 지역과의 상생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KBS는 서울만의 KBS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KBS다. BBC가 ‘대영 제국의 BBC’를 내걸고 제작기지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샐 포드에 산학협력 미디어단지를 건설한 것은 배움 직한 상생 모델이다. 가칭 ‘K·지·산·학 단지’(KBS, 지자체, 산업체, 학교)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KBS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다. TV 채널 4개, 라디오 채널 7개, DMB 채널 4개, 유튜브 채널 250개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 이 거대한 KBS는 생존을 위해 기술과 자원, 능력을 적절하게 통합하고 재구성하는 ‘동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공영방송 KBS 사장에게 요구되는 제1 리더십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디지털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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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도 2023-01-02 10:17:59
고민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조직 차원에서 제 1원칙이 계속기업 (Going concern)임을 고려해볼 때 현시점에서는 '디지털 리더십' 그리고 '세련된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승도 2023-01-02 10:07:22
고민의 흔적이

김대건 2023-01-02 09:03:04
KBS 명성과 위상에 걸 맞는 책임자가 필요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지적과 미래비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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