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방법 등 공개하지 않아, 신빙성 없어“
NIA, 국가정보화백서에서 해당 통계 삭제
정부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속도가 전 세계 34위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초고속인터넷 속도 순위를 두고 “측정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국가별 객관적 비교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스피드 데이터의 운영사인 우클라는 국가별 인터넷 속도와 순위 외에 각국의 측정서버 개수와 성능, 전체 측정건수, 측정속도 분포 등 구체적인 측정조건과 방식, 내용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스피드테스트의 발표를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스피드테스트는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71.12Mbps로 세계 34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2019년 2위에 올랐지만 몇 년 새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1월에는 34위까지 하락했다.
상위권을 차지한 모나코 320.08Mbps, 칠레 291.62Mbps, 스위스 278.40Mbps와 비교해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싱가포르 295.78Mbps, 홍콩 285.25Mbps, 중국 276.10Mbps, 태국 263.04Mbps, 일본 257.37Mbps 등 주요국과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2022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국내 500Mbps급, 1Gbps급 초고속 인터넷 속도는 오히려 전년 대비 향상됐다고 밝혔다. 실제 유선 이용자 상시평가 결과를 보면 지난해 500Mbps급 상품의 다운로드 속도는 493.34Mbps로 2021년 기록한 470.08Mbps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Gbps도 980.86Mbps로 전년 962.62Mbps 대비 향상됐다.
과기정통부는 OECD 통계를 근거로 “한국의 거주자 100명당 100Mbps급 이상 인터넷 가입자 수는 40.4명으로 전체 유선인터넷 회선 수 대비 광케이블 기반 회선 수 비중은 86.61%”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통신업계도 스피드테스트의 조사 결과에 대해 “나라마다 측정 환경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국가별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했다. 스피드테스트는 이용자가 우클라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속도를 측정하면 그 데이터를 모아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인터넷 속도를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사연합회(KTOA)도 “과기정통부 의견에 동의한다”며 "KTOA와 통신사들은 객관적이고 올바른 품질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우클라에 측정방법, 결과 데이터 등에 대한 제공과 검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피드테스트는 이전에도 정부의 통계와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다. 스미드테스트는 지난 2021년 1월에 발표한 ‘5G를 보유한 애플, 아이폰 12는 얼마나 빠를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통신사의 5G 서비스 중 LG유플러스가 가장 빠르다고 해 논란이 됐다.
2개월 전인 2020년 12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0 통신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서 통신사별 5G 다운로드 속도는 SK텔레콤이 795.57Mbps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KT 667.48Mbps, LG유플러스 608.49Mbps의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투고 논란이 커지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2022년 국가지능정보화 백서’ 부록에서 스피드테스트의 조사 결과를 삭제했다. NIA는 이달 30일 발간할 백서의 인쇄본에서도 해당 내용을 삭제할 예정이다. NIA는 “스피드테스트의 통계를 참고 자료로 수록했지만 백서 기획 의도와 다르게 언급돼 삭제 결정을 내렸다”며 “조사 결과의 정확성은 해당 조치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