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 가격 하락 등 여파로 부진
한국 효율성 65%, 대만·일본·미국에 뒤져
글로벌 반도체 시장 위축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4위로 하락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12월 20일 시가총액 기준 반도체업종 100대 기업으로 총자산과 매출원가 등 투입요소 대비 매출액, 영업이익 등 산출요소의 상대값을 도출해 기업별 효율성을 측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 효율성은 2018∼2021년 7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67%로 하락했다. 이 중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은 2018년 87%로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65%로 4위로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보다 2%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최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 규제 완화로 PC, TV 등의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재고가 쌓여 반도체 초과공급 상태”라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패권 전쟁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매서운 한파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효율성이 가장 높은 반도체 기업은 75%를 기록한 대만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본 75%, 미국 73%, 한국과 중국이 각각 59%로 뒤를 이었다. 한경연은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하락한데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악화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 반도체산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은 5565억6800만 달러로 지난해 5801억2600만 달러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1344억700만 달러보다 17% 감소한 1116억24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했던 파운드리 사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은 2020년 24.0%, 2021년 26.1%, 2022년 28.1%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이어왔지만 올해 성장세가 꺾이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글로벌 경기 상황”이라며 “개별 파운드리의 가동률 회복도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에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시설투자, 연구개발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은 반도체 기업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투자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이 0.01%p 증가했으며, 연구개발집중도가 1%p 증가하면 효율성이 0.57%p 증가했다.
한경연은 “법인세 인하, R&D·시설투자 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국가전략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